NEWS

업계뉴스

[탐방] 이온어스, ‘인디고’ 통해 이동형 ESS 산업화 앞장선다

투데이에너지
2026-09-07
[탐방] 이온어스, ‘인디고’ 통해 이동형 ESS 산업화 앞장선다

이온어스 수원 연구소 전경 / 이온어스 제공

[투데이에너지 김원빈 기자] 전기의 시대에도 전기가 닿지 않는 곳은 여전히 많다. 야외 축제장과 공연장, 공사현장, 재난 현장까지. 이런 곳에서 전력을 책임져온 것은 오랫동안 디젤발전기였다. 소음과 매연, 민원을 감수하면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익숙한 풍경에 균열을 내겠다며 등장한 기업이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실은 트럭을 몰고 전기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 이온어스(대표 허은)다. 2020년 2월 경기 수원 광교에서 문을 연 이 스타트업은 ‘이동형 에너지저장장치(ESS)’라는,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개념을 하나의 산업으로 키워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바퀴 달린 발전소가 되다

이온어스의 핵심 제품은 이동형 ESS 브랜드 ‘인디고(indego)’다. 발상은 단순하다. 전기차용 배터리 모듈을 재구성해 배터리팩을 만들고, 이를 전력변환시스템(PCS)·에너지관리시스템(EMS)과 함께 차량이나 컨테이너에 실어 필요한 현장으로 옮긴다. 태양광이나 심야전력 등으로 충전해둔 청정 전력을, 케이블 대신 바퀴로 실어 나르는 셈이다.

제품군은 쓰임새에 따라 나뉜다. 가장 작은 단위는 1톤 전기트럭에 배터리팩과 급속충전기 또는 전력변환 장치를 일체형으로 얹은 차량 탑재형 모델로, 에너지 용량 110kWh에 50~100kW급 출력을 낸다. 별도 견인이 필요 없어 좁은 도심 현장이나 소규모 행사에 적합하다.

중간 단계는 컨테이너 패키지형 ‘인디고 스테이션’이다. 330kWh 용량에 최대 200kW 출력을 갖췄고, 트럭에 실어 옮기거나 필요하면 그 자리에 거치해 쓸 수 있다. 여러 대를 병렬로 연결하면 500kW, 1.2MWh까지 용량을 늘릴 수 있어 중대형 공사현장이나 행사에 대응한다.

가장 큰 단위는 대용량 트레일러형 EVC(Electric Vehicle Charging)다. 12톤 이하 중량에 최대 1.2MWh를 담아, 트레일러 견인 방식으로 이동한다. 100~500kW급 출력을 내며, 굴착기 같은 건설장비의 전동화가 확산되면서 늘어난 대용량 이동 충전 수요를 겨냥한 제품이다.

이 모든 제품의 심장은 자체 개발한 배터리 팩 ‘모뱃(MoBatt)’이다. 자동차용 배터리 셀을 기반으로 하며, 셀 밸런싱과 전압·SOC(충전상태) 정확도를 높인 자체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얹었다. 이온어스는 배터리팩부터 PCS, EMS까지 핵심 구성요소를 모두 자체 기술로 개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동형 ESS 기업으로 꼽힌다.

이온어스의 'indego' 제품 / 이온어스 제공

“불이 나기 전에 막는다”…안전을 설계에 새기다

이동형 ESS의 숙명적 과제는 안전이다. 좁은 공간에 대용량 배터리를 싣고, 그것도 도로 위를 달리는 만큼 화재나 열폭주에 대한 우려는 피할 수 없다. 이온어스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회사는 열폭주 조기 탐지 시스템에 대해 국내 최초로 KC 인증을 받았다. 전기차 배터리팩 기준을 적용해, 열폭주가 발생하더라도 확산을 상당시간 지연시켜 대응할 시간을 확보하도록 설계했다.

배터리 팩에 이상이 생기면 차량 측면에 마련된 주수구를 통해 물을 주입해 냉각 및 화재를 방지할 수 있는 소방 대응 체계도 갖췄다. ESS 룸에는 자동소화설비와 냉난방기를 배치해 이중, 삼중의 방어선을 뒀다.

이 같은 안전 설계는 회사가 내세우는 지식재산권 실적으로도 뒷받침된다. 이온어스는 등록특허 31건, 특허출원 2건을 비롯해 실용신안, 디자인 등록 등을 합쳐 40여 건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디젤발전기의 대안, 사업으로 증명하다

이온어스가 내세우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회사는 2022년부터 인디고를 야외 행사와 공사 현장 등에 투입해 지금까지 다수의 전력공급 서비스를 실행했다.

이 과정에서 디젤발전기 대비 약 73%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검증했고, 이를 근거로 이동형 ESS가 디젤발전기를 대체하는 사업모델로서 경제성을 갖췄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파트너십도 이어졌다. 2021년 8월에는 LS일렉트릭과 이동형 ESS 및 RE100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이온어스의 이동형 ESS 기술에 LS일렉트릭의 전력기기 기술을 접목해 제품력과 브랜드력을 강화하기로 하여 200kW급 전기차 급속충전기와 ESS 기능을 겸비한 제품을 납품하기도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이동식 전기차 충전 시범사업에도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지난 6월 5일 서울 잠원한강공원에서 열린 ‘2026 환경의 날 기념식·대한민국 기후행동 출범식’이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최하고 한국환경보전원이 주관한 이 행사에 이온어스는 이동형 ESS 서비스 ‘인디고 모바일’을 4대 투입해 환경교육주간 박람회와 기념식, KBS 더시즌즈 공연 무대 등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했다.

야외 행사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던 디젤발전기 대신 무탄소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온실가스와 소음 발생을 동시에 줄인 사례로 꼽힌다.

허은 이온어스 대표는 이 행사와 관련해 “기후행동 실천을 상징하는 뜻깊은 행사에 친환경 전력 공급 파트너로 참여하게 되어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케이팝을 비롯한 공연·행사 분야에서도 저탄소 전력 공급 확대와 공연의 저탄소 전환을 위한 다양한 협업을 이어가며, 이동형 ESS를 활용한 무탄소 전력 공급 확산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온어스의 이동형 ESS 제품 ‘인디고’로 전기차를 급속 충전하는 모습 / 이온어스 제공

공공조달 문턱을 넘다

이온어스에게 최근 가장 의미 있는 성과 중 하나는 중소벤처기업부 혁신제품 지정이다. 이동형 ESS 전력공급 솔루션 ‘인디고 모바일’이 중기부의 혁신제품 지정제도에서 최종 혁신제품으로 선정되면서, 2029년 6월까지 혁신제품 자격을 유지하고 심의를 거쳐 최대 6년까지 지정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혁신제품으로 지정되면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에 따라 공공기관과 수의계약이 가능해지고, 구매 담당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구매면책 제도도 적용된다.

공공기관 혁신구매 목표제와 조달청 시범구매 사업 참여 자격도 부여돼 공공시장 진출 문턱이 낮아지는 셈이다.

인디고 모바일은 전력 인프라가 부족한 건설현장과 재난·재해 지역, 야외 행사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오프그리드 솔루션으로, 무배출·저소음 운전과 배터리관리시스템 기반 안전성을 특징으로 내세운다.

이온어스는 이번 지정을 계기로 지자체와 단체 등 공공시장 공략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온어스 업무협약 체결 기념사진 / 이온어스 제공

일본으로, 국경 너머로

이온어스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지난 27일 일본 도쿄에서 현지 전자부품·반도체 상사 신덴하이텍스, ESS 전문기업 에네만과 각각 이동형 ESS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인디고 시리즈의 일본 현지 최적화와 공급망 구축, 유통 네트워크 확대를 골자로 한다.

신덴하이텍스는 일본 최대 통신사 NTT 등에 배터리를 공급해온 기업으로, 탈탄소 에너지 솔루션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온어스와 신덴하이텍스는 향후 3년간 최소 300만 달러 규모의 인디고 시리즈 공급 계약을 추진하며, 현지 맞춤형 제품 고도화와 유통 확대에 협력하기로 했다.

병원과 관공서를 중심으로 ESS 구축 사업을 해온 에네만과는 가상발전소(VPP) 실증 경험과 전력망 제어 기술을 살려, 현지 안전 규제에 맞춘 제품 조립 생산(CKD·SKD)과 보급에 협력하기로 했다.

실증도 곧바로 이어진다. 오는 9월 일본 기후현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나카츠가와 와일드우드 2026’에 인디고를 투입해 무탄소·무소음 발전기로서의 성능을 현지에서 직접 검증할 예정이다.

이온어스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일본 내 친환경 건설기계 전원 공급과 재해 대비 비상전원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배터리는 돌고 돈다…이온어스가 그리는 넷제로 사이클

이온어스가 스스로를 소개할 때 즐겨 쓰는 표현은 ‘에너지 모빌리티 기업’이다. 단순히 ESS를 만드는 제조사가 아니라, 에너지가 생산되고 저장되고 소비되는 전 과정을 하나의 순환 구조로 설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 구상은 회사가 제시하는 ‘넷제로 사이클(Net Zero Cycle)’에 압축돼 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청정 전력을 생산하는 ‘RE100’ 단계에서 출발해, 인디고가 이를 저장하고 필요한 곳으로 운송하는 ‘Storage and Transport’ 단계를 거친다.

이렇게 공급된 전력은 이동형 전기차 충전소 등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고, 수명을 다한 전기차 배터리는 다시 ‘리인디고(Reindego)’ 단계에서 ESS용으로 두 번째 삶을 얻는다. 전기차 배터리의 2차 활용과 이동형 전기차 충전소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온어스는 이 사이클을 뒷받침할 경제성과 환경성 지표도 함께 제시한다. 회사에 따르면 인디고 활용 시 연료비는 73% 이상, 유지보수 비용은 90% 이상 절감되며, 이산화탄소 배출은 73%, 대기오염물질과 소음은 각각 100% 저감된다.

전기차 배터리 10MWh 기준으로 환산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디젤발전기 대비 17.0톤에서 4.6톤(CO2eq)으로 줄어든다는 수치도 근거로 든다.

회사가 내세우는 미션은 ‘Redesigning energy on earth(지구의 에너지를 다시 설계한다)’다. 국경 없는 에너지 연결(Borderless connection), 현장 대응 민첩성(Agility & ability), 지속가능한 혁신(Sustainable innovation)을 3대 가치로 내세운다.

회사는 향후 10년간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에너지 솔루션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EV TREND KOREA 2026 ‘EV어워즈 2026’ 스타트업 부문 심사위원 선정상을 수상한 허은 이온어스 대표가 시상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온어스 제공

산업으로 가는 길

이온어스는 임직원 30여 명 규모의 스타트업이지만, 2020년 설립 이후 걸어온 길은 짧지 않다. 규제샌드박스로 시작해 정식 인증 체계를 갖췄고, 대기업과의 협업으로 제품력을 검증받았으며, 정부 조달시장의 문턱을 넘었고, 이제는 해외 파트너십까지 손을 뻗었다.

이온어스의 목표는 분명하다. 이동형 ESS를 하나의 ‘사업’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디젤발전기가 오랫동안 지켜온 자리에, 전기차 배터리를 실은 트럭이 조용히 올라서고 있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원격관리 간편결제 A/S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