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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희성촉매', 발전환경 변화 속에서 ‘촉매’ 역할 커진다
희성촉매 시화공장 전경/희성촉매 제공
[투데이에너지 김원빈 기자]
1983년 설립돼 40년 넘게 ‘촉매’분야 다뤄온 전문기업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면서 발전소 운전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태양광·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화력·LNG 발전소는 일정하게 돌아가기보다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고 출력을 오르내리는 경우가 잦아졌다. 운전 조건이 자주 바뀌면 배출가스의 온도와 성분도 함께 달라져, 발전소 배출가스를 처리하는 촉매 역시 다양한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성능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촉매는 화학반응이 원하는 방향으로,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어나도록 이끄는 소재다.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는 물론 발전소, 선박, 공장, 화학공정, 수소 생산까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쓰인다.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이 화두가 되면서 촉매의 쓰임새와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희성촉매는 1983년 설립돼 40년 넘게 이 분야를 다뤄온 기업이다. 1988년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용 촉매를 국산화해 공급을 시작한 뒤 자동차·환경·화학·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넓혀왔다. 자동차 촉매를 개발하며 쌓은 촉매 설계와 귀금속 활용, 코팅, 양산 기술은 지금 발전·선박·산업용 촉매에도 그대로 활용되고 있다. 1992년 세운 연구소에는 전체 직원의 26%가 넘는 156명이 근무하며, 연구개발부터 생산·적용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갖췄다.
발전소 배출가스, 운전조건 따라 다른 촉매가 답한다
발전소 배출가스 처리는 연료와 운전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산화촉매(OC)는 일산화탄소(CO)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을 없애고, 선택적환원촉매(SCR)는 질소산화물(NOx)을 줄이며, Hybrid 촉매는 SCR을 거치고 남은 암모니아를 처리한다. 희성촉매는 이들 촉매 기술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국내 주요 발전사와 실증을 거쳐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산화촉매는 가스터빈 정상 운전은 물론 시동 시에도 나오는 CO와 미연소 탄화수소를 태워 없앤다. 희성촉매는 백금(Pt)·팔라듐(Pd)을 활용해 200~550℃의 넓은 온도 범위에서 CO는 물론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등 다양한 VOC까지 처리하는 산화촉매를 만든다. 반복적인 온도변화를 고려해 열충격과 부식에 강하도록 설계했으며, HRSG(배열회수증기발생기)에서는 SCR과 함께 구성해 CO·VOC와 NOx를 순서대로 처리하는 시스템도 제공한다.
희성촉매의 hybrid 촉매 / 희성촉매 제공
SCR은 암모니아나 요소수로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바꾸는 대표적 탈질 기술로, 제거율뿐 아니라 실제 설비의 온도·먼지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희성촉매는 황에 강한 바나디아계, 고온에 강한 Fe-제올라이트계, 저온에서도 작동하는 Cu-제올라이트계 등을 갖춰 250~600℃의 다양한 조건에 대응한다. NOx 제거율은 90% 이상이며, 특허받은 WiW(Washcoatin-Wall) 구조로 내구성을 높이고 설치 위치의 먼지 환경에 맞춰 구조를 달리 설계한다.
SCR을 거치고도 반응하지 않은 암모니아가 남는 경우를 ‘NH₃ 슬립’이라 부른다. 희성촉매의 Hybrid 촉매는 이 잔류 암모니아를 산화시켜 질소와 물로 바꾸면서 NOx·N₂O 등 부산물 생성은 최소화한다. 자사 시험 기준 암모니아 제거율 99% 이상, 질소 선택도 90% 이상을 확보해 배출가스 품질을 높인다.
같은 물질을 처리해도 설비 구조에 따라 필요한 촉매 형태는 달라진다. 발전소는 많은 배기가스가 한꺼번에 통과하기 때문에 촉매 성능뿐 아니라 압력손실, 설치공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희성촉매는 허니컴형, 코루게이트형 등 다양한 형태를 상황에 맞춰 적용한다.
LNG·암모니아로 연료가 바뀌면, 잡아야 할 온실가스도 달라진다
에너지원이 LNG·암모니아 등으로 바뀌면서 새롭게 관리해야 할 온실가스도 늘고 있다. 기존 NOx·CO뿐 아니라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같은 비CO₂ 온실가스가 대표적이다. LNG를 쓰는 가스터빈이나 선박 엔진에서는 연료인 메탄 일부가 타지 않고 빠져나가는 ‘메탄 슬립’ 문제가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훨씬 커 적은 양이라도 영향이 작지 않다. 희성촉매는 백금·팔라듐 나노 촉매로 미연소 메탄을 태워 없애는 메탄산화촉매(MOC)를 개발 중이며, 저온형(400~600℃)과 고온형(450~800℃)으로 나눠 LNG 추진선이나 대형 엔진 등에 맞게 90% 이상의 제거율을 목표로 고객사와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암모니아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수소를 옮기는 매개체로도 주목받는다. 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전환하면 장거리 운송과 저장이 상대적으로 쉽고, 사용처에서 다시 수소로 분해해 활용할 수 있다. 회사는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암모니아 크래킹 촉매 등 관련 기술도 함께 개발하며 연료 전환 과정의 새로운 배출가스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희성촉매의 다양한 촉매 리스트, 사진 속 촉매 외에도 연료전지, 탄소청정 등 총 9개의 촉매 리스트가 존재한다. / 출처: 희성촉매 누리집 캡처 (https://www.hscatalysts.com/)
촉매의 영역, 선박·공장·반도체 그리고 자원순환까지
희성촉매의 환경촉매는 발전소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동차에서 쌓은 SCR 기술은 선박 엔진에 맞게 재설계돼, IMO의 강화된 질소산화물 규제(Tier Ⅲ)에 대응하는 선박용 SCR 촉매로 이어졌다. 연료 종류와 운전온도에 따라 활성물질을 골라 쓸 수 있고, 250~600℃ 범위에서 NOx를 90% 이상 없애며 1만6000시간 이상 견딘다. MAN, Wärtsilä, HiMSEN 등 주요 엔진 제작사와의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크루즈선 등에 맞는 촉매를 구성한다. SCR 뒤에는 AOC 촉매를 달아 암모니아 슬립을 99% 이상 잡아내며, 암모니아·메탄올·수소 등 연료 다변화에 대응한 저감 기술로 개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공장에서는 VOC와 CO, 악취가 주로 문제가 된다. 회사는 백금·팔라듐 기반 촉매로 최대 95~99%의 제거율을 확보했고, 황·실리콘 성분에 강한 내피독성 제품도 갖춰 업종별 특성에 맞는 촉매를 제안한다. 보일러나 소각로, 제철소 같은 시설에는 85~95% 수준의 대기환경용 SCR을 공급하며, 별도 가열 없이 상온에서 작동하는 NO₂ 흡착제도 있다. 이 흡착제는 신월여의지하도로와 서부간선지하도로, 부산 만덕센텀 지하도로 등 실제 터널 유해가스 처리 설비에 쓰인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나오는 PFCs (과불화화합물)와 N₂O도 온실효과가 매우 큰 기체다. 이산화탄소를 1이라 할 때 PFCs는 7000, N₂O는 310에 달한다. 희성촉매는 650℃ 이상에서 PFCs를 분해하는 촉매와, 550℃ 이상에서 아산화질소를 질소·산소로 분해하는 촉매를 각각 95% 이상의 저감효율로 공급하고 있다. N₂O 분해촉매는 플라즈마 방식보다 운영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촉매의 역할은 다 쓴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 희성촉매는 촉매 상태에 따라 재생 가능 여부를 살펴 재생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명이 다한 촉매는 자회사 희성피엠텍을 통해 귀금속을 회수·정제한다. 2004년 희성촉매와 현대자동차가 함께 세운 희성피엠텍은 지난해 매출 7285억원을 기록했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 세계 유통이 가능한 LPPM 규격으로 귀금속을 생산한다. 회수한 귀금속은 새 촉매 제작에 다시 쓰거나 매각할 수 있어, 신촉매 제작부터 사용, 회수, 정제, 재사용까지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이룬다.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 “무엇을 풀어낼 것인가”
희성촉매가 지향하는 방향은 촉매를 만들어 파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고객이 현장에서 촉매를 실제로 적용·운용하는 과정까지 함께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생기는 문제를 촉매 기술로 풀어내는 ‘Catalysis-driven Solution Provider’를 지향한다. 고객 조건에 맞춘 촉매 설계와 성능평가는 물론, 유동·반응 시뮬레이션(CFD), 설비 컨설팅, 설계·공급·시운전을 지원하며, 적용 이후에도 분석·평가와 수명 연장, 재생, 재활용 평가로 이어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방향은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희성촉매의 2025년 매출액은 1조 1753억원, 영업이익은 1621억원이다. 자동차 촉매 누적 생산량은 2억 개를 넘었고, 환경설비용 촉매 공급 실적은 500여 기에 이른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지난해 강화된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 품질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그랜드 품질 5스타’를 글로벌 협력사 중 유일하게 유지했다. 이런 품질관리 역량은 발전·선박·산업 현장용 촉매의 신뢰도를 뒷받침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회사는 2024년 11월 신공장인 첨단동을 완공하며 탄소중립 관련 촉매·소재 제품의 생산 기반도 넓혔다.
'한국화학공학회 2025년도 봄 총회 및 학술대회'에서 한현식 희성촉매㈜ 대표(오른쪽)가 '이당 전민제 특별상'을 수상한 후 김방희 한국화학공학회 회장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한국화학공학회 제공
1994년 입사해 연구소장과 공장장을 거쳐 2024년 대표이사에 오른 한현식 사장은 자동차·선박·환경·석유화학 등 산업용 촉매의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이끌어왔다. 연구개발뿐 아니라 생산 현장을 함께 경험한 만큼, 기술 완성도에 머무르기보다 현장에 적용되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로 연결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촉매산업의 자립화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화학공학회 ‘이당 전민제 특별상’을 받았다.
연구개발과 생산 역량을 함께 갖추고 새 기술을 사업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연료 전환이라는 발전산업의 변화 속에서 희성촉매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