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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산업안전, 이제 ‘건강’을 말해야 한다 

투데이에너지
2026-09-07
[시평] 산업안전, 이제 ‘건강’을 말해야 한다 

신윤관 한국바이오가스협회 대표이사

[투데이에너지] 산업재해라고 하면 무엇을 떠올리는가? 추락사고, 제조 현장의 끼임, 공장의 폭발과 붕괴 같은 사고가 먼저 떠오른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은 사고 현장을 보도하고 정부는 대책을 발표하며, 기업의 책임과 처벌을 둘러싼 논쟁이 반복된다. 그러나 산업재해 숫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보지 못했던 또다른 죽음이 있다.

고용노동부의 ‘2025년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2248명이다.

이 가운데 사고사망자는 872명, 질병 사망자는 1376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61.2%가 사고가 아닌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했다.

질병 사망자가 사고사망자의 약 1.6배다. 더주목해야 할 것은 증가 추세다. 2025년 사고재 해자는 11만 3305명으로 전년보다 2.1% 감소한 반면, 질병 재해자는 3만 3825명으로 25.3% 증가했다. 질병 사망자도 전년보다 105명 (8.3%) 늘었다. 질병 사망의 내용을 보면 시각을 바꿔야 할 이유는 더 분명해진다. 질병 사망자 가운데 진폐가 458명, 뇌심질환이 408명, 직업성 암이 294명이며, 직업성 암 사망자는 전년보다 89명 증가했다.

추락이나 폭발은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눈에 보인다. 그러나 유해 물질 장기 노출로 인한 암, 과로와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치는 뇌심혈 관계 질환, 반복 작업으로 축적되는 근골격계 질환은 오랜 시간 노동자의 몸에 위험이 쌓인 뒤에야 드러난다. 우리 산업안전 담론의 사각 지대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사고 사망을 줄이는 것은 산업안전 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 다. 그러나 이제 ‘사고를 당하지 않고 일할 권리’와 함께 ‘일하다 병들지 않을 권리’를 산업 안전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산업안전(Safety) 을 노동자의 건강까지 포괄하는 ‘건강과 안전 (Health & Safety)’으로 확장해야 한다.

ESG는 이 전환을 기업경영에 내재화할 수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ESG의 사회(S)는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니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협력업체와 공급망의 노동환경, 산업재해 예방, 인권과 노동조건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 하는 핵심 요소다. 따라서 안전보건을 현장 안전관리자의 업무나 법적 의무에만 맡겨서는 안된다. 이사회와 최고경영진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핵심 경영지표로 관리하고, 위험 요인과 질병 발생을 측정하며, 예방 투자와 성과를 지속적으로 공개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도 산업안전을 규제정책을 넘어 연구개발과 산업혁신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ESG로 설계하는 안전보건 경영’ 출판기념 정책토론회에서는 안전보건 공단 전체 예산 중 안전보건 연구개발 예산 비중이 0.22%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매년 2 천 명이 넘는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현실을 생각하면, 예방 연구개발 투자가 충분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산업안전 R&D 영역도 넓혀야 한다. AI와 IoT, 센서와 로봇을 이용한 사고 예측 기술뿐 아니라 유해 물질 장기노출, 직업성 암, 근골격계 질환 등 건강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기술에도 더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개발된 기술이 대기업에만 머물지 않고 산업재해에 더 취약한 중소·영세사업장까지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산업안전 정책의 목표는 사고 발생 뒤 책임자를 처벌하는 데서 끝날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고, 노동자가 일하면서 병들지 않게 하는 산업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처벌과 규제도 필요하지만, 예방과 연구 개발, 기업경영의 변화가 함께 가야 한다.

872명의 사고 사망 뒤에 1376명의 질병 사망이 있다. 이제 이 보이지 않던 숫자를 산업안전 정책의 중심으로 가져와야 한다.

대한민국 산업안전은 사고를 관리하는 ‘Safety’를 넘어 노동자의 삶과 건강을 지키는 ‘Health & Safety’로 전환해야 한다. 산업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투자이며,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산업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ESG가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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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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