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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지원 한국수소연합 국제협력실 실장
한국수소연합 국제협력실 하지원 실장/한국수소연합 제공
[투데이에너지 신일영 기자]
글로벌 수소산업이 대규모 프로젝트 발표 중심의 성장기를 지나 경제성과 수요, 공급망을 갖춘 실제 사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정성이 중요해지면서 수소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주요국들은 자국 여건에 맞춰 수소 생산과 수요 확대,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수소연합 하지원 국제협력실장을 만나 글로벌 수소산업의 현주소와 주요국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현재 글로벌 수소산업의 분위기는 어떤가.
글로벌 수소시장이 높은 기대와 대규모 프로젝트 발표 단계를 지나, 이제는 경제성과 사업 가능성을 검증하는 조정기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2060 개의 저탄소 수소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지만, 높은 생산비와 정책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약 20%의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수소산업 전체의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기보다는 사업성 있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프로젝트 수는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고, 특히 실제 건설단계에 진입한 프로젝트도 약 14%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요국들은 단순히 수소 생산설비를 확대하기보다 철강·정유·발전·해운 등 구체적인 수요처와 연계하고, 장기 구매계약과 정부 지원, 금융 조달을 결합해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확보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는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을 거치면서 ‘에너지안보와 공급망 안정성’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수소산업도 기존의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원이라는 관점에서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국가의 에너지안보를 강화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IEA의 ‘Global Hydrogen Review 2026’에 따르면, 중동전쟁으로 수소뿐 아니라 암모니아·메탄올·비료 등 수소 기반 제품의 생산과 교역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소를 ‘얼마나 저렴하게 생산할 것인가’에서 ‘어디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어떻게 공급망을 다변화할 것인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IEA 역시 국내 에너지원 활용과 공급국·공급 경로 다변화, 저장·운송 인프라 강화를 에너지안보 측면의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글로벌 수소시장은 특정 생산국 중심이 아니라 여러 국가를 연결하는 다변 화된 국제 공급망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수소 자체만 운송하는 것이 아니라 암모니아, 메탄올, e-Fuel, 저탄소 철강 등 다양한 형태로 생산·교역하는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각국이 자국의 에너지·산업 여건에 맞는 수소 공급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 해야 한다.
주요국들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 주요 전략의 차이점은.
주요국들은 공통적으로 청정수소의 생산과 활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각국의 에너지 자원과 산업구조에 따라 전략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먼저, 미국은 청정수소의 생산비용을 낮추고 민간투자를 끌어내는 데 강점이 있다. IRA(인플 레이션감축법)와 BIL(초당적 인프라법)을 기반으로 청정수소 생산에 대한 세액공제와 수소 허브 구축 지원을 통해 탄소집약도에 따라 최대 kg당 3달러를 지원하고, 7개 지역 수소 허브에 총 70억 달러 규모의 재정지원을 추진해 왔다.
다만 최근에는 경제성과 실제 수요처를 확보한 프로젝트를 선별해 투자하는 단계로 전환하 며, 정부 주도에서 정책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이 경제성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도록 하는 시장 중심 모델로 바뀌고 있다.
유럽은 수소를 산업 탈탄소의 수단으로 삼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RED III’ 등을 통해 산업 과 수송부문에서 재생수소 사용을 제도적으로 유도하고, 유럽수소은행을 통해 그린수소의 높은 생산비용을 보완하고 있다. 동시에 유럽 공동이익 프로젝트(IPCEI)를 통해 수전해 기술뿐만 아니라 철강·시멘트 등 산업 활용, 파이프라인·저장 시설, 모빌리티까지 수소 밸류체인 전체를 하나의 산업생태계로 구축하고 있다.
"주요국, 에너지·산업 여건 따라 전략 차별화"
"민간투자 유도·핵심기술 보호·활용범위 확대"
최근 산업경쟁력과 공급망 안보가 중요해지면서 유럽 내 제조업과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정책으로 접근하고 있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국이라는 특성에 기반해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 중 하나다. 특히 ‘가격차 지원’과 ‘인프라 지원’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수소사회추진법을 기반으로 기존 화석연료와 저탄소 수소·암모니아 간 가격 차를 장기간 지원하고, 동시에 수입터미널·저장· 운송 등 거점 인프라 구축도 지원한다. 생산비가 충분히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초기 시장의 가격 격차와 인프라 리스크를 부담해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또한 상용 모빌리티에도 집중하고 있다. 연료전지 트럭·버스의 차량 가격 지원, 대형 수소 충전소 설치·운영비 지원, 실제 운행 실증을 함께 추진하는 방식이다. 즉 이미 개발된 기술을 어떻게 대규모 시장과 수요로 연결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규모의 경제와 제조 경쟁력’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생산–유통–활용을 동시에 대규모로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는 연료전지 버스와 트럭 등 모빌리티 중심의 실증을 추진했다면, 그린수소 생산뿐 아니라 산업 탈탄소와 장거리 대형운송까지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주요 국들은 공통적으로 단순한 생산목표 확대에서 벗어나, 실제 수요와 오프테이크(장기 구매계약)를 확보하고 프로젝트를 FID(최종투자결정)와 상업운전까지 연결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 글로벌 수소산업은 어떻게 생산비용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며, 인프라와 공급망까지 연결해 실제 시장을 먼저 구축하느냐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수소산업에서 주요 트렌드는 무엇인가.
가장 큰 트렌드는 기술 자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계에서 벗어나, 실제 사업성과 경제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수전해 기술의 대형화와 효율 향상이 강조되고 있다. 알칼라인과 PEM(고분자전해질막) 방식뿐만 아니라 고효율이 기대되는 SOEC(고체 산화물전해조전지), 차세대 AEM(음이온교환막) 기술까지 개발이 확대되고 있으며, 단순히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느냐보다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대규모 청정수소를 생산할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PEM·SOEC·AEM 등 다양한 수전해기술의 실증과 상용화가 추진 되고 있다.
두 번째는 수소의 운송·저장 기술이다. 생산지역과 소비지역이 다른 만큼 액화수소·암모니 아·LOHC 등 수소캐리어와 수입터미널·저장시설·파이프라인 등 운송·저장 인프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세 번째는 수요 측면의 변화다. 승용차 중심의 수소 모빌리티에서 대형트럭·버스·선박 등 대형 모빌리티와 철강·화학·정유 같은 산업부문, 발전 분야처럼 전기만으로 탈탄소화하기 어려운 분야에 수소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얼마나 많은 수소 프로젝트가 발표됐느냐’보다 ‘실제로 투자결정(FID)을 받고 건설·운영 단계까지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생산비용을 낮추고, 장기적인 수요처를 확보하며, 정부 지원과 금융을 결합해 경제성 있는(bankable)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이 글로벌 수소산업의 가장 중요한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수소산업의 경쟁 축이 ‘기술 개발’에서 ‘대규모 상용화와 가격경쟁력, 실제 수요 창출’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