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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천연가스 수요 전망 및 공급 방안
한국가스공사 인천 LNG 인수기지/가스공사 제공
천연가스 기준수요 12년간 491만톤 감소 전망
비상상황 대비 수급관리수요 4700만톤대 유지
LNG 저장·배관 확충, 도입선·계약 다변화
[투데이에너지 신일영 기자] 정부의 천연가스 수급 정책이 수요 증가에 대응한 공급 확대에서 수요 감소를 전제로 한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지난 2023년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이 중장기 수요 감소에 대비한 ‘공급 인프라 확충’과 ‘수급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제16차 계획에서는 여기에 더해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자원 안보’와 ‘수급 관리 역량 강화’가 한층 강조됐다.
실제 16차 계획에서 기준수요는 2026년 4591만 톤에서 2038년 4100만 톤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비상 상황 등을 고려한 수급관리수요는 같은 기간 4762만 톤에서 4767만 톤으로 사실상 유지된다. 평상시 천연가스 수요는 줄더라도 공급 차질에 대비한 관리 여력은 줄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정부는 LNG 도입선과 계약을 다변화하고 저장시설과 공급 배관을 확충하는 한편, 공공과 민간의 재고를 활용한 수급관리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수요 감소 시대에도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원 안보형 수급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16차 계획의 핵심이다.
기준수요 감소, 수급관리 수요 4700만 톤 유지
국내 천연가스 수요는 1986년 이후 도시가스 보급 확대와 발전용 수요 증가에 힘입어 빠르게 늘었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증가세가 둔화됐다. 2025년 기준 전국에는 5346km의 천연가스 주배관과 445개 공급관리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사실상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 천연가스 공급체계가 구축된 상태다.
쳔연가스 수요 추이 그래프/자료 산업통상부
정부의 장기 전망에서는 천연가스 수요가 앞으로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2026년 총 기준수요는 4591만 톤에서 2038년 4100만 톤으로 줄어 연평균 0.94% 감소할 전망이다. 다만 실제 공급계획과 인프라 확충 등에 활용되는 수급관리수요는 2026년 4762만 톤에서 2038년 4767만 톤으로 오히려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의 변동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정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상의 기준수요에 송전망 여건과 신규 기저설비 준공, 수소발전 등 다양한 변수를 반영해 별도의 수급관리수요를 산정했다.
용도별로는 도시가스용과 발전용 수요가 상반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도시가스용 수요는 2026년 2356만 톤에서 2038년 2816만 톤으로 연평균 1.50% 증가할 전망이다. 가정·일반용 수요는 연평균 0.38%로 증가세가 둔화되지만 산업용 수요는 연평균 2.37% 증가하며 전체 도시가스용 수요 증가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발전용 기준수요는 2026년 2235만 톤에서 2038년 1284만 톤으로 연평균 4.51% 감소하고, 변동성을 고려한 수급관리수요 역시 2406만 톤에서 1951만 톤으로 연평균 1.7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급망 다변화, AI 수급관리…자원안보 강화
현행 공공 중심의 비축체계에 자가소비용 직수입자 등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신규 건설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공공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공과 민간의 도입·재고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천연가스 수급관리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수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AI 기반 위기 예측 및 시뮬레이션을 통해 선제적인 수급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또한, 공급망 다변화와 중장기 기간계약 확대, 가격지수 다변화 등을 통해 천연가스 도입 안정성도 강화한다. 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생산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공급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도입선을 지속적으로 다변화할 계획이다. 2025년 기준 국가별 LNG 도입 비중은 호주가 31.4%, 말레이시아 16.1%, 카타르 14.9%, 미국 9.4%, 러시아 5.3% 순이다.
생산·도입부터 운송에 이르는 전 과정의 공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천연가스 물량과 수송선 확보에도 나선다. 현재 호주와 캐나다 자원개발 사업을 통해 생산된 LNG를 도입하고 있으며, 캐나다 사업 확대와 모잠비크 신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도입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대비해 중장기 기간계약 비중도 확대한다. 국제 에너지 시장 불안에 따른 현물가격 변동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한편, 특정 가격지수의 급등이 도입단가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도록 유가와 가스가격 등 다양한 가격지수를 활용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다.
LNG 트레이딩 확대…인접국과 수급협력 강화
천연가스 수급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LNG 트레이딩도 확대한다. 수급 대응 물량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예상치 못한 공급 차질이나 단기 수요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완충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유연한 조건의 신규 도입계약을 확보하고 기존 계약 가운데 도입 조건이 유연한 물량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트레이딩 역량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함께 강화할 계획이다. 거래 관리 전문 시스템 등을 도입해 LNG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아시아 인접국과의 수급 협력도 확대한다. LNG 인수기지를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해 필요할 경우 상대국 인수기지를 대체 하역지로 활용하고, LNG 스왑 등을 통해 수급 및 재고관리의 유연성을 높일 방침이다.
특히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3월 일본 에너지기업 JERA와 LNG 수급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양국은 LNG 인수기지 공동 활용과 스왑 등을 통해 수급 상황에 따라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저장·배관망 확충…도시가스 미공급지역도 확대
공급 인프라도 대폭 확충한다. 정부는 2038년까지 저장시설을 최대 887만 톤 규모로 확대하고 천연가스 주배관을 현재 5346km에서 5910km로 564km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저장시설은 가스공사 당진기지와 민간기지 증설을 통해 확보한다.
가스공사는 당진기지 증설로 2033년까지 120만 톤의 저장용량을 추가하고, 민간에서도 광양·울산·여수기지의 저장탱크 증설을 통해 2031년까지 73만 톤을 확충한다.
천연가스 주배관은 도시가스 추가 수요지역의 정적인 공급을 중심으로 확충한다. 환상망 구축과 압력보강을 비롯해 발전소 및 직수입자 전안용 배관 등을 추가해 특정 구간의 공급 차질이 전체 수급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특히 국가 핵심 전략 자산으로 꼽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서는 대규모 LNG 발전소의 안정적인 연료 공급을 위해 민간의 환상망 연계 요청이 있을 경우, 배관 확충을 검토한다.
지역 간 에너지 격차 해소를 위한 공급 확대도 추진한다. 도시가스 보급률이 70% 미만인 지역을 대상으로 2026년 1400억원 규모의 공급배관 건설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도시가스 공급이 어려운 지역에는 LPG 배관망을 확대해 에너지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 용어설명
기준수요 : 정상적인 전력·가스 수급 여건을 전제로 전망한 천연가스 수요다. 정부가 중장기적인 천연가스 수요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기본적인 수요 전망치다.
수급관리수요 : 기준수요에 송전망 여건, 신규 발전설비 가동, 수소발전 등 실제 수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동 요인을 추가로 반영한 수요다. 공급계획과 저장시설·배관 등 인프라 확충 규모를 결정할 때 활용된다. 쉽게 말해 비상상황이나 수요 변동까지 고려한 ‘관리용 수요’다.
LNG 스왑(Swap) : LNG를 서로 직접 교환하는 거래 방식이다. 두 국가나 기업이 각자의 지역에서 보유한 LNG 물량을 상호 교환해 운송거리와 비용을 줄이고, 필요한 지역에 물량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 공급 차질이나 수요 급증 등 긴급 상황에서 LNG 수급의 유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