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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경동나비엔 '보일러 회사는 왜 매장을 열었나'
경동나비엔 ‘나비엔 하우스 동대문점’ / 경동나비엔 제공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서울 동대문구의 한 매장. 침실과 욕실, 주방이 실제 집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벽에 걸린 월패드를 손끝으로 톡 두드리자 보일러와 환기청정기, 주방 후드가 동시에 반응한다. 난방을 켜면 공기청정기가 함께 돌고, 조리를 시작하면 후드가 자동으로 오염물질을 감지해 배출한다. 겉으로 보면 잘 꾸며진 쇼룸이지만, 이 공간의 이름표에는 '나비엔 하우스'라는, 다소 낯선 브랜드가 붙어 있다. 1988년 아시아 최초 콘덴싱 보일러를 개발함으로써 이름을 알린 경동나비엔이 왜 이런 체험형 매장을 전국에 열고, 온라인 앱·구독 서비스와 하나로 묶었는지 살펴본다.
왜?
경동나비엔은 이번 확장의 배경으로 창립 이래 지켜온 기업 비전을 가장 먼저 든다. '쾌적한 생활환경 파트너'라는 비전 아래 온도와 습도, 공기 청정도를 함께 관리하겠다는 구상은 최근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경동나비엔은 2006년 환기 시장에 진출한 뒤 주거용 환기 시스템을 중심으로 실내 공기질 관리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후로도 관련 제품군을 꾸준히 넓혀왔다. 나비엔 하우스와 코맥스 편입 같은 최근의 움직임도 이 오래된 방향성의 연장선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런 확장의 속도가 빨라진 배경에 보일러 사업이 처한 시장 여건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경동나비엔의 매출 구조를 보면 가정용 보일러가 약 38~40%, 온수기가 약 44~45%를 차지한다. 두 품목을 합치면 매출의 8할 이상이 보일러·온수기에 쏠려 있고, 보일러의 평균 교체 주기는 8년에서 10년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구조 때문에 한 번 판매가 이뤄지면 다음 접점이 거의 10년 뒤에나 생긴다는 점을 눈여겨본다.
건설경기 흐름도 자주 거론되는 변수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약 9% 감소했고, 정부의 5개년 주택공급 계획(2026~2030년) 대비 2026년 상반기 착공 실적은 목표치의 20% 수준에 그쳤다.
가전 시장의 판도 변화도 짚어볼 만하다. 삼성전자·LG전자 같은 종합 가전사와 귀뚜라미 같은 전통 보일러사가 나눠 갖던 구도 속에서, 냉·난방뿐 아니라 공기질까지 아우르는 사업자에 대한 시장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이 확장을 비전의 연장으로 보든,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보든 향하는 지점은 비슷하다. 이미 집을 가진 소비자와의 접점을 어떻게 넓히고 오래 유지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어떻게?
이 흐름은 지난 2~3년 사이 세 갈래 실행으로 이어졌다.
첫째, 온라인 플랫폼의 전면 개편이다. 경동나비엔은 올해 2월 '나비엔 하우스' 웹사이트를 전면 개편하고, 6월에는 모바일 앱까지 출시했다. 예전 플랫폼이 제품 사양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면, 개편된 나비엔 하우스는 주거 공간의 면적과 구조를 입력하면 맞춤 제품을 추천해주는 '우리집' 기능, 신선한 공기·쾌적한 주방·따뜻한 온기·편안한 숙면 같은 생활 목적별로 제품을 패키지로 묶어주는 기능을 갖췄다. 전화나 대리점 방문 없이 웹에서 구독 계약까지 끝내는 '바로구독' 기능도 새로 생겼다.
둘째, 오프라인 체험 매장의 확장이다. 2023년 12월 남양주·의정부 매장을 시작으로 제주, 진주를 거쳐 지난 1월 서울 동대문과 광주 2곳이 새로 문을 열면서 나비엔 하우스는 전국 7개 매장으로 늘었다. 특히 동대문점은 온라인 유입이 많은 수도권 소비자에 맞춰 SNS·검색 연계 상담을 강화했고, 광주의 두 매장은 각각 주방가전 비교 체험과 스마트홈 연동 체험에 특화됐다.
셋째, 두 번의 사업 확장이다. 2024년 SK매직의 가스레인지·전자레인지·전기레인지·전기오븐 등 4개 품목 영업권을 425억 원에 인수해 '나비엔 매직' 브랜드를 확보했고, 2025년 12월 계약해 2026년 2월 지분 인수를 완료한 코맥스(328억 원)를 관계사로 편입했다. 코맥스는 독립 경영을 유지하며, 월패드 기술이 경동나비엔 제품군과 연동되는 방식이다. 보일러·온수기 중심 열 솔루션에 주방·공기질 솔루션이 더해지고, 월패드가 이들을 묶는 '홈 OS' 역할을 한다.
이런 움직임은 경동나비엔만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LG전자 '씽큐'도 2023년부터 상호 기기 연동을 시작했다. 가전업계 전체가 '가전을 파는 회사'에서 '집 전체를 관리하는 플랫폼 회사'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흐름 속에서, 경동나비엔은 난방·공기질·주방이라는 자신의 강점을 중심으로 같은 방향의 승부를 걸고 있다.
무엇을 위해?
세 갈래의 실행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지점은 '반복되는 관계'다. 경동나비엔은 구독 전담 자회사 '경동C&S'를 세우고 숙면매트부터 보일러, 제습 환기청정기까지 구독형 상품으로 내놓았다. 소비자는 6년 또는 8년 중 기간을 골라 월 1만~3만 원대로 제품을 이용하고, 계약 기간 동안 무상 A/S와 연 1회 이상의 정기 점검을 받는다. 계약이 끝나면 제품 소유권은 소비자에게 넘어간다. 한 번 판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달 요금이 들어오고 매년 방문 케어가 이뤄지는 관계로 바뀌는 셈이다.
이런 선택의 배경에는 시장 전체의 흐름도 있다. 정수기·안마의자 등 일부 품목에 머물던 렌탈·구독 소비는 2010년대 중반 이후 대형 가전과 매트리스, 최근에는 난방·공기질 설비까지 번지며 꾸준히 영역을 넓혀왔다. 경동나비엔의 구독 전환도 이런 흐름에 올라탄 모양새다.
이 반복 접점은 또 다른 효과를 낳는다. 필터 교체 알림, 정기 점검, 앱 사용 데이터가 쌓이면서 보일러를 산 고객에게 환기청정기나 주방가전을 추가로 권할 수 있는 '교차판매'의 근거가 생긴다. 회사는 이를 '데이터 플라이휠'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이 논리가 실제 매출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구독 갱신율이나 교차판매 성과 같은 수치는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온라인 직거래 강화가 기존 대리점의 밥그릇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나름의 답을 마련해뒀다. 웹·앱에서 접수된 상담이나 A/S 요청을 인근 대리점과 엔지니어에게 배정하는 '파트너 허브' 구조를 통해, 온라인 채널이 대리점의 새로운 일감 창출 통로가 되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완성될 그림
경동나비엔의 나비엔 하우스는 보일러 회사가 소비자와 맺는 관계의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다. 10년에 한 번 마주치던 고객을 매달, 매년 마주치는 고객으로 바꾸고, 그 접점의 데이터로 다음 제품을 권하는 구조다. SK매직 영업권 인수와 코맥스 지분 편입은 이 구조가 작동하기 위한 재료였다.
이 전략이 대리점이라는 현장에서 어떤 시장 조건과 만나고, 어떻게 변주되는지는 동대문 나비엔 하우스를 운영하는 대리점 사업자의 목소리를 통해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전한다.
[인터뷰] — 동대문 나비엔 하우스 정진교 대표
정진교 대표 / 투데이에너지
"광고가 아니라 진짜 확인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20년 현장이 쌓아온 동네의 신뢰
전략은 매장에서 검증된다. 서울 동대문구의 나비엔 하우스를 찾아 정진교 대표를 만났다. 정진교 대표는 아버지 대부터 2대째 이 동네에서 보일러 사업을 이어온 개별 대리점 사업자다. 20년 가까이 현장을 지켜온 그에게 나비엔 하우스가 매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물었다. / 편집자 주
동대문점 인근은 어떤 지역 특성이 있나.
"이 근처엔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가 있어서 하숙집과 원룸이 많은 동네입니다. 오래 하숙을 하신 분들은 관리 부담 때문에 구독 서비스를 특히 많이 찾으세요. 다만 최근 이문동·신설동 쪽 재개발이 확정되면서 오래된 원룸·하숙촌이 줄고 있어요. 재개발이 끝나면 신축 설치 수요가 다시 생길 거라 봅니다."
나비엔 하우스에 방문한 고객들이 특히 관심 갖는 체험 요소는 무엇인가.
"천장에 달린 사이니지가 반응이 좋습니다. 실제 작동하는 구동기와 디퓨저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공기가 어떻게 흐르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뒀거든요. 2006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는 대부분 환기 덕트가 기본으로 설치돼 있는데, 그 원리를 직접 보여드리면 이해가 훨씬 빠릅니다. 인테리어 하시는 분들이 시공을 직접 맡기려고 찾아오시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바로구독' 서비스에 대한 고객 반응은 어떤가.
"구독 서비스는 작년 9월 처음 시작해서 아직 1년 차입니다. 고객들은 금액보다 관리 때문에 구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하숙집을 오래 운영하시는 분들은 방마다 보일러를 일일이 관리하기가 어렵다 보니, 아예 미리 구독으로 돌려두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령대가 있으신 분들도 방문해서 직접 점검하고 설명해주는 것 자체를 좋아하십니다."
매장 운영과 별개로, 정 대표는 유튜브 채널 '보일러왕 정부장'(@kdnavien1)을 5년 넘게 직접 운영하고 있다.
어떤 계기로 시작했고, 어떤 원칙으로 운영하나.
"코로나 시기인 2020년, 신입 기사 교육용으로 시작했다가 고객에게도 공개했습니다. 여러 브랜드를 다루는 기사들의 과잉 진단·청구가 업계 신뢰를 깎아먹었다고 봐서, 진단부터 비용까지 정확히 알리는 걸 원칙으로 합니다. 구독자는 9천 명대입니다. 성북동 고객은 지역 대리점이 있는데도 채널을 보고 연락해 빌라 전체 시공을 맡기기도 했어요."
온라인 채널을 통한 상담이 매장 운영에는 어떤 영향을 주나.
"본사 앱이나 웹으로 들어온 상담은 저희 같은 지역 대리점으로 연결되는 구조라, 온라인이 커질수록 오히려 저희한테 오는 문의도 늘어납니다. 다만 스마트스토어 같은 오픈마켓은 다릅니다. 가격 경쟁이 심하고 수수료 부담도 크고, 초창기에 저가 계약 후 추가 비용을 요구하면서 신뢰가 깨지는 경우를 겪어서 지금은 하지 않아요. 본사 채널을 통한 상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