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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 재정운영과 에너지 전환
[투데이에너지] 정부의 2026~2030 재정운용계획은 경제성장과 구조전환을 동시에 겨냥하며, 에너지 분야에서는 탈탄소 전환과 에너지 안보를 양립시키는 데 재정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있다.
국가 재정은 더 이상 단순한 경기부양 수단이 아니다. 2026~2030 중기 재정운용계획은 첨단산업과 함께 에너지 전환을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규정하며, 재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해 산업경쟁력과 사회안전망을 동시에 강화하려 한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산, 전력망 보강, 분산에너지 확산, 청정수소와 SMR(소형모듈원전) 등 미래형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선제적 투자는 단기적 비용을 넘어 중장기적 국가경쟁력의 밑거름이 된다.
하지만 방향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재정의 ‘선택과 집중’은 집행 체계의 정교함과 민간 유인 설계 없이는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정부가 제시한 불필요 지출 감축과 핵심 프로젝트 재투자 원칙은 바람직하나, 에너지 인프라의 경우 송전·변전 설비 보강, 지역 계통확충, ESS(에너지저장장치) 보급 등 현실적 병목을 빠르게 해소할 실행계획과 규제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 . 예컨대 AI 데이터센터·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수요 급증에 대비한 선투자는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전제조건이다.
또 하나의 교훈은 재정투자가 민간의 후속투자를 끌어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투자형 R&D와 지역주도형 펀드, 성과환류 메커니즘을 통해 실증에서 상용화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만들지 못하면 파일럿 사업은 단발성 성과로 끝날 위험이 크다. 동시에 재생에너지 입지 갈등, 핵심광물·전력반도체 공급망 리스크, 국제정세에 따른 유가·수급 충격 등 외생적 리스크에 대비하는 분산형 전력체계와 전략비축, 국제협력 예산도 필수적이다.
주민 수용성 확보와 규제의 합리적 개선 없이는 현장 애로는 계속된다. 재생에너지 이격거리 완화, 주민이익 공유 모델의 제도화, 환경·안전성 확보를 위한 표준화 투자 등이 재정투자의 사회적 정당성을 높이는 길이다. 또한 전력시장 구조 개편을 통해 유연성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마련하면 분산전원과 VPP(가상발전소)의 확산이 촉진될 것이다.
예산은 목표 달성의 도구일 뿐 아니라 국민 신뢰를 얻는 정치·행정적 자산이다. 국민참여 재정혁신과 성과지표 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담보하고, 성과에 따라 재원을 탄력적으로 재배분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요약하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정의 역할은 ‘seed(씨앗) 투자’에서 끝나지 않는다. 실행력과 제도혁신, 민간의 참여를 촉진하는 설계, 지역과 주민을 포용하는 사회적 합의까지 연결될 때 비로소 재정은 골든타임을 지켜 국가의 에너지·산업 전환을 영속적 성과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