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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전력직구제' 폐지론 대두...전력시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전력거래소 전경 / 한국전력거래소 제공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대기업의 '전력직접구매제도(이하 전력직구제)' 폐지론이 전력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전력직구제도가 본래의 취지와 달리 제도의 맹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폐지 주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전력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한전의 재무 부담 심화, 그리고 대기업의 '체리피킹' 논란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향후 전력시장 개편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력직구제 폐지론 배경 '대기업 먹튀'
전력직구제는 2003년 전력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대규모 전력 사용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수전설비 3만kW 이상의 대형 소비자가 한전을 거치지 않고 발전 사업자로부터 직접 전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 연료 가격 급등과 그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시기가 맞물리면서 이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발전 원가가 급등했을 때 한전은 국민과 기업의 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막대한 적자를 감수했다. 그런데 국제 연료 가격이 안정화되어 전력 구매 요금이 하락 추세로 접어들자, 대기업들이 한전과의 계약 대신 전력직구제를 통해 저렴한 전기를 직접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감에서 김동철 한전 사장은 이를 "제도의 맹점을 악용한 것"이라 비판하며, 22년간 저렴한 한전 전기를 사용하던 대기업들이 요금 인상 시기에는 한전에 부담을 전가하다가 가격이 내려가자 이탈하는 것은 '먹튀'와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 역시 대기업의 전력직구제 활용 행태를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행위"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폐지를 주장했다. LG화학 등이 전력직구제에 참여하고 있고, 20여 곳의 기업이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대기업 이탈에 대한 한전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전, 왜곡된 시장의 본질적 해법 요구
김동철 한전 사장은 현재 전력직구제가 왜곡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력 원가 변동에 따라 전기요금이 유연하게 결정되기 어려운 공공 요금 결정 체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전력직구제를 이용해 차익을 추구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김 사장은 "연료비에 연동해 전기요금이 결정되기 어렵다면 왜곡된 전력직접구매제도는 폐지하는 게 맞다"고 강조하며, 전력 원가와 요금이 연동되는 시장 중심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만약 이러한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전력직구제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원주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실장 또한 이 같은 상황이 "시장 왜곡에 따라 대기업 고객이 시장을 이탈해 이익을 추구할 여지가 생긴 것"이라 인정하며, 이는 "당초 제도가 예정했던 바가 아니다"라고 동의했다.
정부 역시 현재의 상황이 '체리피킹'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구매하든 한전에서 구매하든 '아비트리지(차익 거래)'를 최소화할 제도적 방안을 강구 중임을 밝혔다.
전력직구제 개선 위한 다각도 검토 예상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기업의 전력직구제 이용 확대는 한전의 재무 상황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체 전기 판매량의 30%를 차지하는 산업용 대기업들이 이탈하게 되면, 그로 인한 부담은 결국 일반 국민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시장 왜곡을 줄이고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으로 보이다.
전력직구제 폐지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지만, 일방적인 폐지보다는 제도의 형평성과 합리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전력시장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마련은 시급한 과제다. 대기업 특혜 논란을 잠재우고, 시장 원리에 충실하면서도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전기요금 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전력직구제를 폐지하는 것을 넘어,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력 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이 요구된다.
전력시장 정상화와 사회적 책임 모색해야
앞으로 정부와 국회는 전력직구제와 관련된 제도를 면밀히 검토하여, 대기업의 '체리피킹'을 막고 시장의 왜곡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기업들이 단순히 가격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라는 더 큰 틀에서 전력 소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전력 원가와 요금이 연동될 수 있는 시장 친화적인 요금 체계를 확립하여, 전력시장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는 단순히 전력회사의 손실을 메우는 것을 넘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 용어 설명
전력직접구매제도 (전력직구제)=대규모 전력 사용자(수전설비 3만kW 이상)가 한국전력공사를 거치지 않고 발전 사업자로부터 직접 전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 2003년 전력시장의 경쟁 촉진을 위해 도입됐다.
발전 원가=전기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총비용을 의미. 연료비, 발전소 건설 및 유지 비용 등이 포함된다.
계통한계가격(SMP: System Marginal Price)=전력 시장에서 시간대별로 변하는 발전 연료비에 따라 전력 구매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 중 하나다. 전력 거래 가격의 기준이 된다.
체리피킹(Cherry Picking)=좋은 것만 골라 취한다는 의미로, 유리한 조건만을 선택하여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비판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아비트리지(Arbitrage)=재정 거래 또는 차익 거래라고도 하며, 동일한 자산이나 상품이 서로 다른 시장에서 가격 차이가 발생할 때 이 차이를 이용하여 수익을 얻는 행위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