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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 해체 본궤도...사업 수행능력 ‘입증 단계’

에너지신문
2026-09-18

[에너지신문] 국내 원전해체 산업이 기술 개발과 계획 수립의 단계를 지나 실제 사업 수행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점에 들어섰다. 고리 1호기 비관리구역 철거가 본격화하면서 해체 공정과 방사성폐기물 관리, 규제 대응, 기업 간 협업체계를 현장에서 검증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8일 서울에서 개최한 ‘2026 원전해체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고리 1호기 해체사업 추진계획을 비롯해 연구개발, 방사성폐기물 관리, 규제 과제와 해외시장 진출 방안이 논의됐다.

고리 1호기는 국내 상업용 원전 가운데 처음으로 해체 절차를 밟고 있다. 한수원은 올해 비관리구역 철거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상업용 원전 해체의 실질적인 첫 단계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방사선 관리가 필요한 핵심 구역에 앞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시설부터 철거 경험을 쌓고, 이후 공정에 필요한 작업체계와 공급망을 정비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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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2026 원전해체 비즈니스포럼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첫 현장이 향후 국내 해체산업의 기준

원전해체는 단순히 발전소 구조물을 철거하는 공사가 아니다. 설비의 방사선학적 특성을 조사하고 오염된 기기와 구조물을 제염·절단한 뒤, 발생한 폐기물을 분류하고 안전하게 처리해야 한다. 작업자의 피폭과 오염 확산을 최소화하면서 규제기관의 검사를 통과해야 하며, 장기간에 걸친 공정과 비용도 관리해야 한다.

고리 1호기에서 축적되는 공정별 데이터와 시행착오는 향후 국내 후속 원전의 해체 기준이 된다. 어떤 장비와 공법이 국내 원전 구조에 적합한지, 작업기간과 비용은 어느 수준인지, 국내 기업들이 맡을 수 있는 공정은 어디까지인지가 첫 사업을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원전해체 시장에서는 기술 보유 여부뿐 아니라 실제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한 실적이 수주 경쟁력을 좌우한다. 고리 1호기 사업이 국내 기업에 기술을 시험하는 실증장이자 해외 발주처에 제시할 레퍼런스가 되는 셈이다.

한수원은 해체 현장에서 얻는 경험에 디지털트윈과 로봇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다는 구상이다. 디지털트윈을 활용하면 원전 내부 구조와 방사선 환경, 작업 순서를 가상공간에서 구현해 공정을 사전에 검토할 수 있다. 고방사선 구역이나 접근이 어려운 장소에는 원격·로봇 기술을 투입해 작업자의 피폭 위험을 낮추고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

▶방폐물 관리가 사업비와 일정 가른다

이번 논의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 관리다. 원전을 철거하면 금속과 콘크리트, 배관, 기기 등 성상과 오염도가 다른 폐기물이 대량으로 발생한다. 이를 방사능 수준에 따라 정확히 분류하고 감용·처리해야 최종 처분 물량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폐기물 감용과 자원순환 기술은 해체사업의 경제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오염 물질을 제거해 재활용할 수 있는 자재의 범위를 넓히고, 처분 대상 폐기물의 부피를 줄이면 저장과 운반, 처분에 드는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반대로 분류와 제염 기술이 충분하지 않으면 처분량이 늘어 전체 사업비와 일정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안전성과 경제성 사이의 균형을 잡을 규제체계도 필요하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포럼에서 원전해체 규제 현황과 향후 과제를 다뤘다. 해체 공정이 진행될수록 시설 상태와 위험 요인이 달라지는 만큼 단계별 검사와 승인 절차를 명확히 하고, 새로운 로봇·디지털 기술을 규제체계 안에서 검증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규제의 예측 가능성은 기업 투자와도 직결된다. 사업자가 필요한 장비와 기술을 준비하더라도 인허가 기준이나 폐기물 처리 규정이 불명확하면 상용화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 안전 기준을 낮추지 않으면서도 기술 적용과 공정 진행에 필요한 판단 기준을 일관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조석진 한수원 안전기술부사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조석진 한수원 안전기술부사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중소기업 기술, 실제 발주로 연결해야

원전해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려면 중소기업의 기술을 실제 사업 물량과 연결하는 구조도 필요하다. 이번 포럼에서는 기술이전 제도와 수출 지원사업이 소개됐지만, 기술이전만으로 기업이 해체시장에 진입하기는 어렵다. 현장 실증과 품질인증, 납품 실적을 확보할 기회가 뒤따라야 한다.

해체사업은 제염과 절단, 원격작업, 방사선 측정, 폐기물 처리, 설비 철거 등 여러 전문 공정으로 나뉜다. 한수원과 연구기관이 확보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기업이 이를 장비와 서비스로 상용화해 고리 1호기 현장에 적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대기업이나 공기업 중심의 일괄 수행보다 공정별 전문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주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과제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해체 전문기업들이 공유한 사업 경험 역시 국내 기업에 시사점을 준다. 이들 국가는 실제 해체 현장에서 공정 지연과 비용 증가, 폐기물 처리 문제를 겪으며 기술과 사업관리 역량을 축적해 왔다. 국내 산업계가 해외 사례를 단순히 기술 도입 대상으로 보기보다 계약관리와 위험 배분, 공급망 운영까지 포함한 사업모델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K-디커미셔닝’ 성패, 실적과 비용 통제에 달려

글로벌 원전해체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 원전의 설계와 운영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 원전 유형과 규제, 폐기물 처분 여건이 국가마다 다른 만큼 현지 기업과의 협력과 인증 획득, 발주 방식에 맞춘 사업 수행전략이 필요하다. 해외 프로젝트에서 요구하는 책임 범위와 비용·일정 위험을 감당할 역량도 갖춰야 한다.

결국 고리 1호기는 국내 원전해체 기술의 시험장을 넘어 산업화 가능성을 판가름할 첫 사업이다. 안전한 해체는 기본이고, 공정과 비용을 계획대로 관리하면서 국산 장비와 기술의 성능을 입증해야 후속 국내 사업과 해외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포럼에서 제시된 연구개발과 폐기물 관리, 규제 개선, 중소기업 지원을 하나의 사업체계로 연결하는 일이다. 고리 1호기에서 축적한 경험을 표준 공정과 기술 패키지로 정리하고 기업의 납품 실적으로 남길 수 있느냐가 ‘K-디커미셔닝’의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할 전망이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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