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업계뉴스
[시평] 히트펌프는 전기를 더 쓰는 기술인가
송찬호 센터장
[투데이에너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의 확대와 전기차 보급, 산업 공정의 전기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력수요 증가가 새로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난방까지 전기화 한다면 한 가지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히트펌프 보급은 결국 전기를 더 쓰게 만들어 전력망의 부담을 키우는 것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히트펌프는 전기를 사용하는 기술이지만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따라 전력망의 부담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전력망의 유연성을 높이는 자원이 될 수도 있다.
히트펌프의 가장 큰 특징은 전기로 열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열을 이동시킨다는 점이다. 전기히터가 전기 1을 사용해 대략 1의 열을 공급한다면, 히트펌프는 외기나 지열, 수열, 폐열과 같은 주변의 낮은 온도의 열을 끌어와 같은 전기로 그보다 몇 배 많은 열을 공급할 수 있다. 따라서 난방과 산업열의 전기화가 불가피하다면 히트펌프는 전력 사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단계 더 생각해야 한다. 히트펌프가 아무리 효율적이어도 수많은 설비가 추운 겨울 저녁 같은 시간대에 동시에 가동된다면 전력피크를 키울 수 있다.
앞으로 히트펌프 정책은 단순히 몇 대를 보급할 것인가만을 고민해서는 안 된다. ‘얼마나 효율적인가’와 함께 ‘언제 전기를 사용할 것인가’ 를 고려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축열과 디지털 제어의 가치가 커진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이나 전력수요가 낮은 시간대에 히트펌프를 운전해 온수나 열을 저장하고, 전력수요가 높은 시간에는 저장된 열을 사용하면 된다. 히트펌프와 축열을 결합하면 전력의 사용 시점을 옮기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여기에 날씨 예측, 전력가격, 건물의 열부하,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연계한 제어가 더해지면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개별 가정이나 건물의 히트펌프는 작은 설비에 불과하지만, 수천·수만 대를 묶어 제어한다면 하나의 거대한 유연성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히트펌프가 축열과 디지털 제어를 통해 피크시 간의 전력소비를 이동시키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변화는 시작됐다. 올해 공기열이 재생에너지로 인정되고 히트펌프 보급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제도 변화가 단순한 보급 확대를 넘어 전력망 운영과 연결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히트펌프의 성능을 COP 하나만으로 평가해서는 부족하다. 동일한 열을 얼마나 적은 에너지로 공급하는지뿐 아니라, 전력피크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 필요한 시간에 저장된 열을 얼마나 공급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성능이 되어야 한다.
히트펌프는 분명 전기를 쓴다. 그러나 ‘전기를더 쓰는 기술’로만 보면 히트펌프의 절반밖에 보지 못한다. 축열과 스마트 제어, 전력시장과 연결된 히트펌프는 전기를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사용 시점까지 조절할수 있는 기술이다. 이제 히트펌프를 난방기기가 아니라 미래 전력망의 유연성을 높이는 에너지 자원으로 바라볼 때다.
※본란의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