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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소, 산소 등 수급 대란…중소제조업체들 조업 차질 위기

가스신문
2026-09-28
질소, 산소 등 수급 대란…중소제조업체들 조업 차질 위기

가스사용업체에 설치한 액화질소저장탱크. 질소 공급부족으로 인해 최근 이 같은 저장탱크에 질소의 잔량이 15~20%에도 못 미쳐 조업 차질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산업 전반에 걸쳐 매우 다양하게 쓰이는 질소(N₂)의 공급부족이 매우 심각해지자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의 조업 차질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열처리, 레이저 절단 등의 금속가공이나 과자, 건강식품, 육류 등의 식품공장, 그리고 병원까지 질소가 필요한 산업 현장은 요즘 질소가 모자라 공황에 빠진 상황이다.

다행히 9월 말 추석연휴와 10월 초 개천절 및 한글날 연휴를 전후해 질소의 수요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부족 완화를 기대하기도 했으나 질소, 산소(O₂) 등을 제조하는 산업용가스플랜트까지 가동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수급 대란 해소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힘든 곳은 질소, 산소 등의 산업가스를 탱크로리 및 고압가스용기를 통해 공급하는 산업용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업체들이다. 고압가스충전업체의 영업담당자들은 자신을 통해 거래하는 수요처에 질소와 산소가 떨어져 조업에 차질을 빚지나 않을까 하는 등 노심초사하고 있다.

여수·울산서 탱크로리로 퍼 올려

현재 수도권 및 중부지역의 고압가스충전사업자들은 여수, 군산, 울산 등 남부지역의 가스플랜트에 탱크로리를 내려보내고 있으나 이 또한 녹록지 않다고 한다. 질소를 담아 수도권으로 퍼 올린다고 하더라도 운반비가 100만원 이상 추가로 소요되므로 팔아도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9월 말 현재 전국의 질소 및 산소 공급량은 평소에 비해 20~30%에 불과하며, 반도체공장이 몰려있는 수도권의 경우 질소가 부족하고, 철강·조선·석유화학·양어장이 많은 남부지역에는 산소가 모자라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최근 전남 완도 등의 수협에서도 산소가 없어 물고기를 모두 죽이게 됐다며 하소연을 늘어놓았다고 했다.

이처럼 전국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질소 및 산소가 모자라 공장을 멈춰 세워야 하는 등 매우 불길한 상황이기도 하나 더욱 힘든 것은 이 같은 수급 대란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고압가스재고관리시스템을 통해 본 액화질소 잔량. 전국에 분포돼 있는 질소저장탱크의 잔량이 15~20_에 그치는 등 조업 중단의 위기에 처해 있다.

잉여가스에 의존‘충전업계 자괴감’

이와 관련해 고압가스연합회가 나서 중소벤처기업부의 옴부즈만에 질소 및 산소의 공급부족을 호소하는 건의서를 두 차례에 걸쳐 제출했다. 연합회는 추석 전 중기부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실태 파악부터 하겠다는 방침 등에 대해 통화했다고 한다.

연합회는 액화질소의 경우 평소 1회에 10톤씩 공급받았으나 요즘은 2~3톤 정도밖에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전국의 설치돼 있는 저장탱크의 액화질소 잔량이 평균 15~20%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재고관리시스템을 통해 추출한 데이터를 제출하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고압가스충전사업자는 “올여름에도 몇몇 산업용가스플랜트에서 정전으로 인한 트러블, 그리고 화재, 정기 유지보수 등의 이슈가 잇따라 나와 생산량이 매우 불안정했다”고 설명하고 “특히 반도체회사와 산업용가스메이커들이 계약하는 과정에서 정한 ‘안전재고 72시간’은 지나치게 폭넓게 설정한 것 아니냐”면서 질소 수급 대란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압가스충전업체의 구매 및 영업담당자들은 질소를 구하기 위해 메이커 담당자들에게 읍소하면서 자존심까지 버려야 했으며, 잉여가스에 의존하는 국내 고압가스충전업계에 한계를 느끼는 등 자괴감까지 들었다고 했다

중부지역의 한 고압가스사업자도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나 핏줄처럼 전국에 퍼져 있는 중소 제조업체의 생산 현장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뿌리산업이 흔들리면 국내 산업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산업용가스시장에서 유통을 담당하는 충전소에도 질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압가스수급조절협의체’신설해야

고압가스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고압가스업계는 정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고압가스수급조절협의체’를 신설하자는 내용도 건의서에 포함했다면서 산업용가스 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압가스충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고압가스시장은 산업용가스메이커들이 대기업에 공급하고 남은 가스를 받아 쓰는 등 원료액화가스 수급과 관련한 환경이 매우 취약하다”면서 “산업용가스메이커들도 시장에서 요구하는 질소, 산소 등의 안정적인 공급에 책임 있는 자세로 나와야 하는 등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공급부족이 심화할 때 고압가스시장에 공급하는 질소 및 산소를 추가로 생산하는 등 고압가스제조업체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전재고 72시간’한시적 완화 시급

현재 고압가스업계 일각에서는 수급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접근해야 할 것에 대해 반도체 대기업과 산업용가스메이커가 마주 앉아 상생협력 협의를 통해 현행 72시간 수준의 안전재고 비축물량을 10~20% 낮추는 등 안전재고 비축 기준량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수년 전에도 고압가스연합회가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반도체회사에 요청, 안전재고 비축량 완화를 통해 공급부족을 해소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조선시대 상인들은 ‘영통(永通)’을 상도덕의 첫 번째 가치로 꼽았다고 한다. 김주영의 소설 ‘객주’에서도 상도의에 대해 ‘먼저 상대를 이롭게 하고, 이익을 챙기는 것은 그 다음’이라고 했으며 영통, 존신, 행손 등 3가지를 강조했다.

영통(永通)은 물화(상품)를 끊임없이 세상에 내놓고 상인으로서 새로운 상로를 개척하라는 의미다. 존신(存信)은 거래에 있어서 신용을 목숨처럼 단단히 지키는 것이고, 행손(行遜)은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을 대할 때 공손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대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질소가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는 고압가스업계도 먼저 상대를 이롭게 한다는 의미의 ‘영통’을 으뜸이 되는 덕목으로 삼아야 하겠다. 물론 고압가스업계 내에서는 상호 계약을 통해 공급물량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안정적인 수급 체계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매년 눈부신 경영실적을 자랑하는 산업용가스제조업계의 글로벌기업들은 국내 충전업계와 손잡고 질소, 산소 등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다.

출처 : 가스신문(https://www.ga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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