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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공동주택 히트펌프 보급, 급탕의 해법부터 찾아야

투데이에너지
2026-10-05
[시평] 공동주택 히트펌프 보급, 급탕의 해법부터 찾아야

김민성 교수

[투데이에너지] 공동주택에 히트펌프를 보급하려면 난방과 급탕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가스보일러 한대가 두 기능을 담당해 왔다고 해서 히트펌프도 반드시 같은 구성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 과제는 급탕의 큰 순간 열부하와 이를 감당하기 위한 축열조의 설치다.

난방은 온수를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급탕에 비해 요구되는 순간 열부하가 상대적으로 작다. 건물의 단열 상태와 한파 때의 난방부하에 맞춰 용량을 선정하면 세대별 히트펌 프로도 구현할 수 있다. 바닥난방의 축열 특성도 열공급을 완만하게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난방을 구현하는 것과 기존 가스보일러처럼 온수를 공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급탕은 사정이 다르다. 20kW급 가정용 가스 보일러는 작은 기기에서 높은 열출력을 내며 순간식으로 온수를 공급한다. 물을 분당 10L씩 공급하면서 온도를 30℃ 높이는 데 필요한 열출력을 계산하면 약 21kW에 달한다. 샤워 한 번에도 큰 순간 열부하가 발생한다. 이는 전기소비량이 아니라 물에 공급해야 하는 열의 크기다.

히트펌프로 이러한 출력을 내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짧은 급탕 수요에 맞춰 세대마다 기기 용량을 키우면 난방에 필요한 수준보다 과대해질 수 있고, 설치 공간과 비용 부담도 커진다. 이에 상대적으로 작은 히트펌프로 물을 미리 데워 저장하고, 필요할 때 사용하는 축열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문제는 급탕용 축열조를 어디에 놓느냐는 것이다. 기존 공동주택에서는 보일러 외에 온수 저장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축열조 본체뿐 아니 라 배관과 단열, 점검 공간도 필요하다. 하중 역시 검토해야 한다. 200L의 물만 해도 무게가 약 200kg이며, 여기에 용기와 부속설비의 무게가 더해진다. 빈자리에 들어가는지를 넘어 설치 위치와 지지면적을 고려한 구조 검토가 필요하다.

축열조의 크기를 정하는 일도 간단하지 않다.

매일 샤워하는 국내 가정에서 가족들이 연이어 온수를 사용한다면 200L 축열조도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루 총사용량이 같더라도 온수 사용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는 가정과 분산되는 가정에 필요한 용량은 다르다. 거주 인원뿐 아니라 샤워 시간과 유량, 겨울철 급수온도, 저장온도와 히트펌프의 재가열 능력을 함께 고려 해야 한다.

저장된 온수는 찬물과 섞어 사용하므로 축열조 용량이 곧 사용 가능한 온수량을 뜻하지는 않는다. 작게 만들면 온수 부족이나 보조히터 사용이 늘 수 있고, 크게 만들면 공간과 하중 부담이 커진다. 결국 축열조 소형화와 급탕 신뢰성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다.

해법을 세대별 완결형 시스템에만 한정할 필요는 없다. 난방은 개별 히트펌프가 담당하고, 급탕은 동이나 단지 단위의 중앙식 설비로 공급 하는 구성도 가능하다. 공용공간에 급탕용 히트 펌프와 축열조를 두면 각 세대의 저장공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공용설비 공간과 배관 구성, 순환 열손실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

신축 공동주택은 설계 단계부터 개별 난방과 공동 급탕의 조합을 비교하고 축열조의 공간과 하중을 반영해야 한다. 기존 단지는 세대별 설치 가능성과 공용설비의 활용 여건을 먼저 살펴야 한다. 국내 가정의 급탕 사용패턴에 근거해 저장용량과 재가열 능력을 함께 정하는 설계자료도 필요하다.

공동주택 히트펌프 보급은 가스보일러를 같은 모양의 전기기기로 바꾸는 일이 아니다. 난방과 급탕의 부하 특성에 맞춰 열을 생산하고 저장하며 공급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주민에게 공간의 희생이나 온수 사용의 불편을 요구하지 않는 해법을 마련할 때, 히트펌프는 공동 주택에서도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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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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