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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삼성SDI 두 장의 카드…'당장의 규제'는 LFP로, '다음 기술'은 전고체로
삼성SDI / 출처 삼성SDI 홈페이지
[투데이에너지 김원빈 기자] 삼성SDI가 최근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 두 곳과 손을 잡았다. 한쪽은 6조원대 규모의 LFP 양극재 장기 공급계약이고, 다른 한쪽은 2027년을 겨냥한 전고체 배터리 소재 공동개발 협약이다. 계약의 성격은 다르지만, 하나로 놓고 보면 삼성SDI가 눈앞의 통상 규제와 먼 미래의 기술 경쟁을 동시에 대비하고 있다는 그림이 그려진다.
현재의 과제를 맡은 쪽은 포스코퓨처엠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날 삼성SDI와 약 6조원 규모의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기간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이다. 두 회사가 지난 8월 19만 톤 규모로 합의했던 물량을 두 배 넘게 키워 본계약으로 확정했다.
배경에는 미국의 공급망 규제가 있다. 미국은 우려 대상국 기업이 관여한 소재가 들어간 배터리에는 세액공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LFP 양극재는 중국 업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삼성SDI로서는 중국 밖에서 LFP 소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창구가 필요했고, 이번 계약으로 그 통로를 확보한 셈이다.
계약 범위도 눈여겨볼 만하다. 2023년 NCA 양극재 한 품목으로 시작했던 거래가 이번에 LFP로 넓어졌고, 앞으로 LMO 양극재와 인조흑연 음극재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개별 계약을 하나의 합의서로 통합한 것도 처음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를 통해 삼성SDI향 공급 물량이 기존보다 약 45%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확정 물량이 생긴 만큼 공장 가동률 관리와 증설, 원료 조달 계획도 한결 구체적으로 짤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6일 포스코퓨처엠과 삼성SDI가 삼성SDI 동탄사업장에서 LFP 양극재를 포함한 이차전지소재 '일괄공급'을 위한 배터리용 소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윤태일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마케팅본부장, 이광수 삼성SDI 구매센터장
미래의 과제는 에코프로비엠과 나눴다. 같은 날 두 회사는 전고체 배터리용 소재 개발 MOU를 체결했다. 목표는 2027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다. 셀은 삼성SDI가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갈 소재는 에코프로비엠이 설계하는 분업 구조다. 양극재는 물론 양극과 분리막에 쓰이는 고체전해질까지 개발 범위에 넣었고, 초기 개발 단계부터 품질 평가와 양산 체계 구축까지 함께 가기로 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준비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연산 40톤 규모의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파일럿 설비를 가동하고 있고, 앞서 기업설명회에서는 양산 라인 설계를 이미 마쳐 고객 수요가 확정되면 곧바로 착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고체전해질 개발 과제는 정부 평가를 통과해 최대 200억원 규모의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도 지난달 내놓은 배터리 산업기술 로드맵에서 전고체를 핵심 전략 기술로 꼽고 셀·소재 기업 간 공동 연구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두 협약의 무게는 같지 않다. LFP 계약은 물량과 기간이 못 박힌 공급계약이지만, 전고체는 아직 개발 협력의 첫걸음인 MOU 단계다. 상용화까지는 소재 양산 안정성과 셀 성능 검증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LFP 역시 6년 장기계약인 만큼 미국 정책 변화와 전기차·ESS 수요 흐름에 따라 실제 물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그럼에도 이번 협약은 삼성SDI의 소재 전략이 단기 대응과 장기 투자를 함께 가져가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소재사에는 국내 대형 고객과 장기 협력의 틀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