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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숫자가 말해주는 것
임자성 기자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키갈리 개정의정서가 열 살이 됐다는 소식을 접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뉴욕에서 발표된 거창한 성명서가 아니라 지난달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내놓은 짧은 보도자료 한 줄이었다. ‘냉매 부문 배출량 3628만톤, 전년 대비 3.9% 증가.’ 10년 전 르완다 키갈리에서 각국이 손을 맞잡았을 때, 목표는 분명했다.
지구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최대 수천 배에 달하는 HFC 냉매를 단계적으로 줄이자는 것. 그 약속에 174개국이 비준했고, 지난달 뉴욕에서는 그 약속을 다시 한번 다잡자며 ‘키갈리 동맹’이 재가동됐다. 1억 달러 규모의 민간 펀드까지 더해지며 제법 떠들썩한 소식이었다.
그런데 같은 시기 한국 정부가 발표한 통계는 결이 달랐다. 2025년 한국의 냉매 배출 량은 7년 연속 늘었다. 전력, 산업, 수송, 건물, 폐기물, 농축수산을 포함한 전체 8개 부문 중 대부분이 전년보다 줄거나 소폭 늘어난 사이, 냉매는 유독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정부는 그 배경으로 콜드체인 산업의 성장과, 오존층파괴물질(ODS) 규제에 따른 HFC 대체 수요 증가를 함께 꼽았다.
이 지점이 키갈리 10주년이 던지는 진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국제사회가 선언에서 이행으로 넘어가자고 외치는 지금, 한국의 통계는 ‘이행’이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라는 걸 보여준다. 하나의 산업 변화와 규제가 맞물려 또 다른 과제를 낳고, 그과제를 풀기 위해 또 다른 전환이 필요한 식이다.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는 듯, 증가율이 전년(4.5%)보다는 둔화됐다며 키갈리 의정 서에 따른 단계적 감축의 효과를 조심스레 언급했다.
다만 숫자는 아직 분명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3628만톤이라는 수치는, 10년 전의 약속이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가장 담백하게 증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