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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硏, 연구자 지식 반영 AI 자율실험 기술 개발

▲ 화학연 연구진이 실험방법을 입력한 모니터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이 연구자의 경험과 지식을 실험 계획에 반영하는 AI 자율실험 기술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탐색 효율을 높이고 잘못된 조언을 걸러내 신소재·촉매 연구의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신석민)은 안광노 박사 연구팀이 연구자의 자연어 지식을 거대언어모델(LLM)로 해석해 실험에 필요한 사전정보와 제약조건으로 변환하고, 이를 실험 조건 탐색에 반영하는 ‘인간 참여형 최적화’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자율실험실(SDL)은 AI가 실험 결과를 학습하고 다음 실험 조건을 스스로 선택해 최적의 조건을 찾아가는 연구 시스템이다. 기존 자동화 장비가 정해진 실험을 반복하는 것과 달리 실험 결과에 따라 탐색 방향을 바꾸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기존 자율실험실의 AI는 사전지식 없이 탐색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온도를 올리면 수율이 오른다’와 같은 연구자의 경험과 기본적인 지식도 실험을 반복하며 확인해야 했다. 특히 합성과 분석에 반나절 이상이 걸리고 재료·에너지·분석 비용이 큰 촉매 분야에서는 초기 탐색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기술 도입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어를 이해하는 언어모델과 적은 횟수의 실험으로 최적 조건을 찾아가는 베이지안 최적화 AI를 결합했다. 연구자가 일상적인 말이나 글로 지식을 전달하면 언어모델이 이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사전정보와 제약조건으로 자동 변환해 다음 실험 조건 탐색에 반영한다. 복잡한 코드나 수식을 직접 작성하지 않고도 연구자의 지식을 AI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잘못된 조언이 실험 결과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방지하는 안전장치도 적용했다. 연구팀은 조언과 실제 데이터의 일치 정도를 감시하는 ‘적응형 신뢰도 검증(AWCD)’ 기술을 통해 사전지식이 실험 데이터와 일정 수준 이상 어긋나면 해당 조언의 적용을 자동으로 중단하고 데이터 기반 탐색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실제로 잘못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제공한 검증에서 기존 방식은 부정확한 조언을 계속 따르면서 최적 조건을 놓친 반면, 이번 기술은 잘못된 조언을 걸러내고 탐색 성능을 회복했다. 연구자의 지식을 활용하면서도 실제 데이터에 맞지 않는 정보에 대한 의존을 줄여 무인으로 운영되는 자율실험실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 실험 데이터로 구성한 가상실험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한 결과, 충분한 사전지식을 활용하면 목표 성능에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탐색 횟수를 기존의 4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여러 원료를 한 번에 결합하는 반응에서는 기존 약 30회에서 10회 이내로, 전기전도성 복합소재 반응에서는 기존 약 20회에서 3∼5회로 탐색 횟수가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탐색 효율 향상이 사전지식만으로 실제 실험 데이터 약 40건을 추가 확보한 것과 맞먹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반나절 이상 소요되는 촉매 실험의 초기 탐색 기간을 약 20일 앞당기는 효과도 기대된다.
연구팀은 실험 도중에도 연구자가 대화하듯 탐색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AI 코사이언티스트(AI 공동연구자)’ 인터페이스를 함께 개발해 공개했다. 향후 실제 자율실험실 장비에 적용해 기술을 검증하고, 연구개발 과정의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안광노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이번 기술은 연구자와 AI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연구하도록 돕는 ‘실험 동료’이자 자율실험실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소프트웨어”라며 “연구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케미컬 인포메이션 앤 모델링(Journal of Chemical Information & Modeling, IF 6.4)’에 8월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략연구사업과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한국화학연구원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