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업계뉴스

[특별 기고] 정부 부처 간 쏟아지는 중구난방 전력정책

투데이에너지
2026-10-20
[특별 기고] 정부 부처 간 쏟아지는 중구난방 전력정책

전재은 에너지 전략·사업 개발 스페셜리스트

[투데이에너지] 글로벌 AI 패권 경쟁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필두로 국가 미래를 좌우할 대규모 전력 수요가 쓰나미처럼 턱밑까지 몰려왔다. 전력은 국가 제조업을 돌릴 엔진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 부처들이 잇따라 쏟아내는 전력과 기후 정책을 들여다보면, 부처 간 엇박자와 극단적인 단기 편의주의, 통계적 착시가 뒤엉켜 총체적 난맥상에 빠져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LNG 발전이나 출력 제어 중심의 계통 유연화 같은 대책은 원래 피크 부하를 맞추거나 계통의 틈새를 메우기 위한 전형적인 보조전략에 불과하다. 그런데 당국은 이 보조전략을 국가 백년대계를 지탱할 ‘메인(주력) 전략’ 자리에 올려놓는 치명적 패착을 범하고 있다.

수십 년을 내다보아야 할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언제나 보수적인 ‘뒷북치기’에 그쳤고, 급기야 전체 국가 설비의 20%에 육박하는 27GW의 신규 전원 증설이 불과 4개월 만에 필요하다고 손바닥 뒤집듯 발표할 정도로 기초 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듯하다. 이처럼 보조수단이 주력으로 둔갑하고 중장기 경제 성장의 골든타임을 놓칠 때 발생하는 후유증은 에너지 안보를 파괴하고 급격한 전력요금 상승을 초래해, 결국 세계 유일무이의 제조업 강국 경쟁력을 손상시키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1. 정부 정책의 허구성과 중구난방 난맥상: 동일 부처의 52GW와 100GW 희극

최근 당국이 발표한 전력·산업 정책은 서로 모순투성이이자 구체성과 현실성이 매우 낮다.

첫째,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재전망 발표(2026년 8월)다.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을 이유로, 지난 4월 예측치 발표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최대전력수요 전망치를 27GW나 대폭 상향 수정했다. 전체 발전설비의 20%에 달하는 이 막대한 신규 전력을 언제까지 어떤 부지와 송전망으로 수용할 지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은 어디에도 없다.

둘째,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 후 LNG 대체 및 배출 규제 강화 방침(산업부, 2026년 10월)이다. 정부는 2036년까지 수명이 다하는 노후 석탄발전기 27기(총 설비용량 약 13.7GW)를 폐지하고 이를 LNG 복합화력으로 전량 대체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기존 기저부하 석탄발전 자리를 수급 불안정성이 큰 비싼 수입 연료로 바꾸는 것에 불과해 국가 전체로 보면 물리적인 신규 기저전원 순증 용량은 ‘0(제로)’이다.

더욱 심각한 모순은 5년 주기로 탄소 배출 기준을 급격히 조여 2050년까지 발전소별 배출량을 강제로 ‘넷제로(탄소 배출 0)’로 묶겠다는 점이다. 발전소는 최소 30년을 가동해야 수조 원의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그런데 2030년대 중반에 완공될 발전소를 불과 10~15년 만에 가동 중단 위기로 모는 것은, 발전소를 짓게 해놓고 사후 규제로 문을 닫게 만드는 자가당착(⾃家撞着)이다.

셋째, 기후에너지환경부의 52GW 전력망 대책(2026년 9월 29일 발표)과 정부 합동 K-GX 100GW 선언(2026년 10월 7일 발표)의 기형적 충돌이다. 기후부는 전선 증설 없이 발전 차단(출력 제어)과 장부상 허수 회수만으로 2030년까지 기존 망에 52GW 수용용량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불과 8일 뒤 발표된 K-GX 전략에서는 10년간 1000조 원을 투입해 기존 40GW에 더해 2030년까지 신규 60GW(누적 100GW)를 짓겠다고 공언했다.

신규 재생에너지 60GW의 순수 발전설비 설치비는 넉넉히 잡아도 100조~150조 원 안팎이다. 더욱이 같은 부처 내 계통 부서는 52GW의 송전용량을 서류상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실제 신규 건설이 필요한 송전용량은 고작 8GW뿐(태양광 건설비 9~12조 원) 아닌가? 그런데 대체 왜 10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이렇게 서류놀음, 플랜 수립만으로 전력설비 수십 GW가 뚝딱 늘어날 수 있다면, 지금까지 막대한 거액을 들여 대형 원전을 짓고 SMR을 개발할 이유가 어디에 있었겠는가. 부처 내 칸막이 행정이 낳은 명백한 통계적 착시이자 졸속 행정 아닌가?

2. 이것이 왜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재앙인가? (에너지 안보 실종과 4대 위기)

아류에 불과한 땜질 대책과 실체 없는 장밋빛 수치가 메인 전략이 되었을 때, 국가 경제는 치명타를 입는다. 정부는 왜 가장 중시해야 할 ‘에너지 안보’를 스스로 외면하는가?

첫째, 비싼 전원 과의존과 전기요금 폭등(제조업 파탄): 정부가 지난 8월 급히 늘려 잡은 신규 필요전원 27GW를 LNG나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려 한다면 그 발전단가는 감당할 수 없다.

원자력·석탄에 비해 LNG와 재생에너지는 발전단가가 2~3배 이상 비싸다. 거기다 기존 석탄 대체 기저전력까지 LNG 같은 전원으로 대체하면 이미 kWh당 180원대로 뛰어오른 산업용 전기요금의 폭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세계 유일무이의 제조업 강국인 대한민국의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원가 경쟁력을 송두리째 짓밟는 행위가 된다.

둘째, 신규 60GW(누적 100GW)·1000조 원 투자의 허상과 천문학적 설비교체 비용 폭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신규 60GW를 건설하려 해도 서울시 면적(605㎢) 이상인 최소 700~900㎢, 누적 100GW 기준으로는 서울시 면적의 2배가 넘는 최소 1200~1500㎢의 부지가 필요하다. 산지와 농지가 좁은 국토 여건상 불과 4년 만에 이 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저 전력화에 따르는 숨겨진 비용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메우기 위한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와 백업 발전 구축에 천문학적 비용이 소모된다. 원전·석탄 화력은 한 번 지으면 40~60년을 가동하지만, 태양광 패널·인버터·BESS는 수명이 15~20년에 불과하다. 10~20년 주기마다 수백조 원을 다시 들여 전면 설비 교체를 반복해야 하는 막대한 유지보수비 폭탄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셋째, 특정 지역(호남·제주·동해안 등) 집중으로 인한 전력망 붕괴(광역 블랙아웃): 재생에너지는 일조량과 바람이 풍부한 호남과 해안가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송전망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규모 간헐성 전원이 특정 지역에 몰리면, 계통을 지탱할 대형 동기 발전기의 회전 관성(Inertia)이 적어져 국지적 주파수 불안정 하나만으로도 국가 전력망 전체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광역 블랙아웃(대정전)을 피할 수 없다.

넷째, LNG 사후 탄소포집의 기술적 파탄과 글로벌 탄소세 폭탄: LNG는 석탄 배기가스(CO₂ 12~14%) 대비 배기가스 내 CO₂ 농도가 3~4%로 극히 희박하다. 농도와 분압이 너무 낮아 화학적 흡수에 발전소 생산 전력의 20~30%가 소모되는 기생부하가 발생한다. 결국 포집 비용은 톤당 100~150달러 이상으로 치솟는다. 배출 대책 없는 LNG 발전소는 10~15년 만에 좌초자산이 되거나,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기준을 맞추지 못해 수출 제조업에 천문학적 관세 폭탄을 안기게 된다.

구국(救國)의 결단: 단·중·장기 3단계 전력망 정책 전환

한국은 전력 계통이 고립된 나라이며 첨단 제조업 비중이 세계 최고다. 더 이상 실체 없는 장밋빛 통계나 사후 모순 규제에 기댈 시간이 없다. 적기 송전선 문제, 신규 전원 증설, 탄소 배출 감축, 전력 가격 경쟁력,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해결할 현실적 3단계 대안을 즉시 국가 메인 전략으로 채택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발전용 수소 혼소·전소와 수소 모빌리티, 수소환원제철 대전환 등 ‘수소 사업’을 요란하게 외치면서도, 대체 그 막대한 연간 천만 톤 이상의 청정수소를 “어디서, 무슨 수로 저렴하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완전히 침묵하고 있다. 대량의 초저가 수소를 자체 생산할 현실적 대안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노후 석탄 부지를 단순 LNG 복합이 아닌 ‘수소발전융복합 클러스터’로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다.

[단·중기: 진정한 브릿지 테크] 노후 석탄 부지에 ‘수소발전융복합 클러스터’ 구축

LNG 발전소를 지어놓고 중간에 문을 닫게 만들 바에는, 조금 더 공을 들여 처음부터 배출량이 ‘넷제로(0)’에 수렴하는 수소발전융복합을 추진하는 것이 정답이다. 전국 61기 석탄발전소는 이미 345kV 및 765kV 초고압 송전선로, 대용량 변전소, 냉각수 취수 인프라를 완비하고 있으며, 단지별 15만~25만 평의 회처리장 유휴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신규 송전선로 건설 갈등 없이 기존 전력망을 즉시 100% 흡수할 수 있고 동시에 대규모 신규 수용도 송전선 건설 없이도 직접 유치할 수 있는 유일한 신규 전력 증설 대안이다.

수급이 불안하고 비싼 LNG 대신 최대한 국내 정유 부산물인 석유코크스(Petcoke)나 준폐기물 가스화(Gasification)를 적용하면 정부가 침묵하고 있는 대규모 청정수소를 kg당 2000원대의 초저가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 가스화 공정은 40기압 이상의 고압과 수성가스전이(WGS) 반응을 거쳐 40~50% 농축된 고농도 CO₂ 조건에서 탄소를 분리하는 ‘사전 탄소포집(Pre-combustion CCUS)’을 적용한다. 이는 미국, 캐나다 등 40여 개 대형 설비에서 수십 년간 상업 운전으로 검증된 기술로, LNG 사후 포집 비용의 3분의 1 이하(톤당 30~5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폐유전과 폐가스전 등 영구 격리용 지중 저장 공간은 수조 톤 규모로 풍부하며, 국경 간 CO₂ 이동을 허용하는 ‘런던의정서 개정안 비준’으로 해외 저장소 활용 길도 열려 있다. 현재 국내 SK, 현대차, 포스코, 삼성, 롯데 등 10여 개 주요 대기업이 CCUS 사업 및 해외 저장소 확보에 적극 참여 중이다. 아울러 정부 정책처럼 향후 국내 차량의 최대 70%가 수소 모빌리티로 전환되고 수소환원제철과 청정수소 발전이 본격화되려면, 이 클러스터는 12차 전기본이 수정한 27GW 신규 무탄소 기저발전뿐 아니라 전국 도로망과 산업계에 kg당 2000원대 수소를 안정 공급하는 국가 경제의 거대한 핵심 허브가 된다.

[중기: 송전망 병목 돌파] 수도권 핵심 전략거점에 ‘대규모 On-site 연료전지’ 배치

지역 반발로 멈춰 선 원거리 송전선로에만 의존해서는 용인 반도체와 수도권 AI 데이터센터를 제때 가동할 수 없음이 지난 십수 년간 입증되었다. 전력이 필요한 핵심 수요처 부지 내에 고효율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발전소를 대대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이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채택한 표준 모델(Grid-Free)이다.

연료전지는 건설 공기가 LNG 발전의 절반 이하로 빠르며, 밀폐형 냉각 방식 등을 적용해 대규모 공업용수 확보 부담이 전혀 없다. 발전 시 발생하는 300~600℃의 고온 배기열을 데이터센터 흡수식 냉방이나 지역 난방열로 직결하면 종합 에너지 효율을 85% 이상으로 극대화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수소발전융복합 클러스터’로부터 생산된 저렴한 청정수소를 공급받는다면, 송전선로 갈등 없이 수도권 한복판에 완벽한 무탄소 친환경 기저전원이 완성된다.

[장기: 백년대계 기저망] 대형 원전 및 SMR의 흔들림 없는 적기 추진

수소발전융복합과 분산형 연료전지로 급한 불을 끄며 경제 성장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사이, 국가 기저전원의 척추인 대형 원전과 한국형 혁신 SMR(i-SMR)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원전은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최소 12~15년이 소요되는 백년대계 프로젝트다.

서류상 52GW를 늘리고 신규 60GW(누적 100GW)를 짓는다는 허상으로 인해 원전 투자를 늦추면 2040년대에 폭증할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제12차 전기본에 신규 대형 원전 부지를 즉각 확정하고, 노후 석탄 부지의 송전망을 승계할 수 있는 한국형 SMR 실증을 가속해 영구적인 무탄소 기저망을 완성해야 한다.

에너지는 한순간의 정치적 타협이나 서류상 수치 맞추기 대상이 결코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단순 LNG 전환이나 종이 위의 52GW, 100GW 전시행정은 어디까지나 계통 미세 조정용 '아류 전략'일 뿐이며, 이를 주력으로 삼는 것은 국가 자해 행위다. 석탄 부지 인프라와 가스화 기술로 저렴한 수소를 대량 생산해 계통을 살리고 신규전원을 대폭 늘리는 수소발전융복합 클러스터(단·중기), 이를 기반으로 송전선 없이 수도권 전력난을 뚫어낼 On-site 분산 연료전지(중기), 그리고 흔들림 없는 대형 원전·SMR 적기 착공(장기)만이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을 지키고 에너지 안보를 세우는 유일한 길이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원격관리 간편결제 A/S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