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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마당] 수소·데이터센터의 미래, ‘보이지 않는 인프라’에 달렸다

에너지신문
2025-12-05
▲ 김환 한국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 에너지재료과 교수.
▲ 김환 한국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 에너지재료과 교수.

[에너지신문] 한국의 에너지산업은 지금 거대한 문턱 앞에 서 있다. 수소·암모니아 혼소 논쟁부터 LPG 시장 불안, 해상풍력 예산 감축,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 원전 수출 확대까지 겉으로는 다른 이슈처럼 보이지만, 모두 한 줄기로 이어져 있다.

눈에 들어오는 설비와 투자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 바로 그 뒤를 받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산업의 운명을 갈라놓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와 암모니아를 둘러싼 논쟁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저장과 운송, 혼소 비율, 지역별 규제 같은 기본 틀부터 엉성한 게 더 큰 문제다.

실증단계까진 잘 달리다가도 상용화 문턱에서 표준·안전·물류 체계의 허점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최근 수소 운송용 튜브트레일러 차량이 규제 혼선으로 제 역할을 못 한 사례는 기술력이 아니라 제도적 기반의 취약함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다.

이 빈틈은 다른 에너지 분야에도 반복된다. LPG는 매달 가격이 뉴스가 되지만, 업계가 진짜 걱정하는 건 ‘가격’이 아니라 ‘공급 안정성’이다. 해상풍력도 예산보다 중요한 게 따로 있다.

전력망 포화, 인허가 지연, 주민 수용성, 그리고 접속 대기. 설비는 늘어나지만, 정작 그 설비가 전력망과 연결되지 않아 가동률이 떨어지는 현실. 정책은 속도를 내지만, 기반은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때 AI 데이터센터와 청정에너지의 결합은 전혀 새로운 흐름을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RE100을 선언했고, 데이터센터 부지는 땅값보다 재생에너지 확보·계통 안정성·보안 체계로 평가받는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소비 전력은 폭발적으로 늘고, 이제 데이터센터의 전력망은 국가 기간망 수준의 안정성을 요구한다. 단순한 부지 유치 경쟁이 아니라 인프라·에너지·보안을 모두 갖춘 지역만이 참여할 수 있는 산업 전쟁이 된 셈이다.

해외는 이미 움직였다. 일본은 잉여 재생에너지로 수소·암모니아를 만드는 P2G(Power-to-Gas) 사업을 국가 단위로 확대 중이고, 발전·저장·운송·계통·산업 수요까지 하나로 엮은 완전한 시스템 통합을 추진한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는 ‘보조금’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했다. 수소 생산단가에 따라 인센티브를 정밀하게 설계해 기업이 수십 년짜리 투자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제도를 먼저 다져놓았다. 기술보다 ‘사업이 돌아가는 생태계’를 만든 것이다.

한국에서도 전남·광주가 그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해상풍력과 태양광, 조선·철강·석유화학·연료전지 산업이 이미 뿌리내린 곳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자원들이 각자 따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수소·암모니아·데이터센터·재생에너지·산단 전력 수요를 한 시스템 안에서 설계하지 못한다면, 사업은 많아도 시너지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앞으로의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수소·암모니아·연료전지·데이터센터가 함께 쓸 수 있는 공통 규격과 안전 기준을 세워야 한다. 지역마다 기준이 다르면 기업은 움직이지 않는다.

둘째, 송전망을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대량 수용과 AI 데이터센터 가동을 뒷받침할 전력망 없이 산업 도약은 불가능하다.

셋째, 실증에서 상용으로 넘어가는 ‘제도적 다리’를 확실히 놓아야 한다. 시범사업이 끝날 때마다 다시 규제를 논의하는 식으로는 아무 산업도 속도를 낼 수 없다.

마지막으로,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수소 안전 전문가, 계통운영 인력, AI 기반 에너지관리기술자, 연료전지 엔지니어, 데이터센터 설계자 등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시스템을 움직인다. 이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면 새로운 설비도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

결국,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눈에 보이는 터빈이나 화려한 AI 서버가 아니다. 그것들을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 즉 표준·안전·계통·인력·제도의 완성도가 진짜 경쟁력이다.

지금 한국이 해야 할 일은 10년 뒤를 버틸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거창하지 않지만, 바로 이 조용한 영역에서 산업의 승패가 갈릴 것이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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