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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 2035 NDC의 핵심 열쇠 ‘히트펌프’

    송고일 : 2026-01-06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정부가 제시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력·산업 부문 못지않게 건물 부문의 탈탄소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화석연료를 직접 연소하는 기존 난방 방식으로는 탄소중립이라는 구조적 목표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건물 부문의 난방 전기화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히트펌프는 단순한 대체 난방기기를 넘어 에너지 시스템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퍈집자주

    단순 난방기기 넘어 ‘섹터 커플링’ 핵심 자산으로 금융 혁신과 신뢰 기반 거버넌스 구축이 관건

    ■ 전력 계통의 해법으로서 히트펌프

    정부는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 논의는 도입 여부를 넘어 국가 에너지 시스템 차원의 효용과 비용 구조 정착에 집중되어야 한다.

    히트펌프의 진정한 가치는 가스 보일러의 단순 대체를 넘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계통 불안정성을 완화하는 ‘섹터 커플링(Power to Heat)’의 핵심 수단이라는 점에 있다. 태양광·풍력의 잉여 전력을 열에너지로 전환·저장함으로써 전력망 부하를 시공간적으로 분산하기 때문이다.

    히트펌프 기반 P2H는 ESS 대비 투자 비용이 낮고, 특히 장주기 저장 시 경제성이 뛰어나 전력 계통의 '완충 장치'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히트펌프는 단순 가전제품이 아닌, 국가 에너지 인프라의 필수 요소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 보조금이 아닌 금융 모델의 전환

    히트펌프 보급의 최대 제약은 가스 보일러 대비 수 배에 달하는 초기 설치 비용이다. 이를 보조금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재정적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유럽과 북미의 ‘장기 분할 상환(On-Bill Repayment)’이나 ‘Heat as a Service’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가 초기 비용 없이 설비를 설치하고, 절감된 난방비로 장기간 비용을 상환하는 구조다.

    이러한 모델은 히트펌프를 ‘소유하는 기기’가 아닌 ‘이용하는 서비스’로 인식 전환시켜 진입 장벽을 낮춘다. 또한 금융기관과 에너지 서비스 기업의 참여를 끌어내어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 운영 비용의 현실화

    초기 비용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는 운영 비용의 예측 가능성이다. 현재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 특히 누진제 구조는 히트펌프 도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기화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전기 사용에 대한 비용 신호는 여전히 보수적인 셈이다.

    히트펌프 확산을 위해서는 동절기 전력 피크 시간대를 피해 가동되는 설비에 대해 전용 요금제를 도입하거나, 주난방용 히트펌프에 한해 누진제 적용을 완화하는 등 보다 정교한 요금 설계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 패턴을 합리화하기 위한 유인 설계라는 점에서 정책적 정당성을 가진다.

    ■ 하이브리드 전략을 통한 연착륙

    일각에서는 히트펌프 확대가 혹한기 효율 저하나 전력 피크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일정 부분 타당하다. 다만 이는 히트펌프를 단일 해법으로 전제할 때의 이야기다.

    현실적인 대안은 히트펌프와 기존 가스 보일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략이다. 평상시에는 고효율 히트펌프가 난방을 담당하고, 혹한기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는 가스 보일러가 보조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전력 계통의 부담을 관리하면서도 난방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기존 가스 인프라의 급격한 매몰 비용 발생도 피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의 성공 조건은 속도가 아니라 안정성이다. 하이브리드 전략은 전환 과정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 한국형 표준과 산업 생태계 구축

    히트펌프에 대한 효율 논란의 상당 부분은 기술 자체보다 품질 편차와 설치·운영 관리 문제에서 비롯된다. 특히 공동주택 비중이 높고 온돌 문화가 정착된 국내 환경에 맞춘 ‘한국형 히트펌프 표준’은 아직 정착 단계에 있다.

    엄격한 성능 지표(SPF) 기반 인증, 설치 전문 인력 양성, 체계적인 A/S 인프라 구축은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한 최소 조건이다. 더 나아가 설계–설치–운영–유지보수를 아우르는 에너지 서비스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히트펌프는 일시적 정책 상품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히트펌프는 기술이 아니라 ‘전략’

    히트펌프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논쟁이 아니라, 가장 낮은 사회적 비용으로 가장 높은 에너지 효용을 달성하는 전략적 설계다.

    정부는 요금·금융·표준이라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하고, 산업계는 기기 판매를 넘어 서비스 모델로 전환해야 하며, 소비자는 단순한 수요자가 아닌 에너지 전환의 참여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 세 축이 맞물릴 때 히트펌프는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강화하는 핵심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

    히트펌프는 난방기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에너지 시스템의 효율을 재설계하는 전략적 도구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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